▲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가 지난 2월2일 오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사 비정규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고 이재학 PD가 일했던 청주방송 내 프리랜서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고용노동부 감독 결과가 나왔다. 노동부는 방송 3사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방송계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사용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부는 26일 CJB청주방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청주방송 PD와 방송작가 등 프리랜서 21명 중 12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방송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에 대해 근로감독으로 근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MBC 보도국 소속 프리랜서 작가 2명에 대해 근기법상 근로자라고 판정했다.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방송작가 9명 중 5명은 청주방송 정규직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아 일해 사용종속 관계에 있었다. PD는 3명 전원이 근로자로 인정됐다. 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고 이재학 PD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송출을 책임지는 MD 4명은 불법파견으로 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방송 MD의 경우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법 11민사부(재판장 김광섭) 재판에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청주방송 소속 노동자가 겪은 불합리한 처우도 특별근로감독에서 드러났다. 회사는 지난 3년간 노동자 88명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등 7억5천여만원을 체불했다.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거나 근로조건 서면 명시를 위반하는 등 기초노동질서를 지키지 않은 사항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지상파 방송 3사 KBS·MBC·SBS의 보도·시사교양 담당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27일부터 정기근로감독에 들어간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방송작가가 근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해 보겠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근로감독은 있었지만 방송사 비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근로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감독 기간을 정하지 않고 방송작가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주방송처럼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놓고 사실상 직접고용 노동자처럼 사용하는 위법행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방송업계 노동환경 개선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박화진 차관은 “방송제작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은 더뎠고, 청주방송 사례가 다른 방송사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송업계도 현장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주제로 방송업계와 간담회·설명회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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