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소속 회사 내 정규직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등장했다.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부터 나타난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험을 치고 공단에 정규직으로 입사를 해야 공정하다는 인식이다. “공단이 소속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자에게 우대사항을 통해 가산점을 준다. 면접전형에서도 업무를 해 왔다는 것을 어필하면 통과에 유리하다. 공채가 그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통로다. 그러니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하지 말라”는 글에 6천626명이 동의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다. 당사자인 상담센터 노동자들은 “시험을 통한 정규직 입사가 공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했다.

결국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청년들에게 민간위탁 노동자의 직접고용 필요성과 정당성을 직접 설명하고 나섰다.

“환경·경력 무시, 시험 강요는 공정 아냐”
“직접고용돼도 정규직 일자리 줄어들지 않아”

‘2021 함께 살자 청년·학생 연대 실천단’은 25일 오후 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과의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손영희 노조 부산지회장, 이유라 경인부지회장이 패널로 참가했다. 패널들은 공단 상담사의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을 알리는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읽고 재반박했다.

상담사들은 일부 청년들의 인식은 사실관계를 몰랐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영희 지회장은 “‘우리 정규직 자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하는 반대인데, 상담사 직군 처우개선을 위한다는 걸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은 행정·건강·요양·전산·기술직을 채용한다. 시험을 치고 싶어도 상담사들을 위한 정규직는 없다.

각자가 처한 환경을 무시하고 시험만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공단은 공채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을 본다. 공단 입사만을 바라보며 인터넷 강의를 결제하고 온 시간을 쏟아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김숙영 지부장은 “상담사들은 30대에서 50대 여성 노동자”라며 “당장 생계를 위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의 차이를 무시한 시험 강요는 공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손영희 부산지회장은 “공채는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지회장은 “NCS는 일에 적성에 맞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인데, 이는 경력으로 증명됐다”며 “경력을 무시하고 시험을 치고 입사하라는 게 공정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원래 정규직이 하던 고객상담,
국민연금공단·근로복지공단은 직접고용 전환

고객상담은 원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규직 업무였다가 2006년 고객센터가 설립되며 외주화했다. 고객센터는 1천60여개 내용을 상담한다. 상담사는 국민건강보험법과 노인장기요양법과 그 하위법령을 모두 이해하고 상담자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센터는 12곳이다.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경기도·인천에서 운영된다. 공단은 11개 민간 위탁업체에 고객센터 운영을 맡겼다. 전국 7개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천600여명이고 지부에는 900여명의 상담사가 가입해 있다. 지부는 지난 2월1일부터 25일까지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공단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공단·협력사·상담 노동자가 참여하는 3자 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은 2019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두 기관은 별도 직군을 신설해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했다. 임금은 공무직, 복리후생은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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