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가 지난 2월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방송사 비정규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유튜브 갈무리>

법원이 CJB청주방송에 용역업체 소속 방송 송출업무 담당 MD(Master Director)를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방송사에서 관행적으로 외주를 주던 MD 업무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가 아니라고 확인한 첫 판결이다.

21일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11민사부(재판장 김광섭)는 지난 15일 정아무개씨가 CJB청주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청주방송이 정씨에게 고용 의사표시를 하고, 정씨가 직접고용됐을 경우 지급받았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이다.

고 이재학 PD의 동료인 정씨는 청주방송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MD로 일했다. 청주방송 소속 MD 2명이 병가를 쓰자 용역업체 소속으로 운전 업무를 하던 정씨를 MD로 채용한 것이다. 정씨는 MD가 정직원처럼 일하기 때문에 회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2018년 12월31일부로 계약을 해지당했다.

청주방송은 법정에서 MD가 전문성·기술성이 있는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라고 주장했다. MD 업무는 파견법 시행령에서 파견허용업무로 규정한 “보조업무에 한하는 광학 및 전자장비 기술 종사자의 업무”와 “영화, 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가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영화, 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가는 연기를 하거나 감독하고 방송 뉴스를 보도하며 사회를 보는 직업이기에 MD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MD 직종은 방송장비 등을 조작하는 광학 및 전자장비 기술 종사자로 인정되나, PD와 정시운행을 위해 협력하며 광고 송출 시간 등을 조정하거나 직접 방송장비를 조작해 자막이나 CG를 내보내기도 한 것으로 볼 때 보조업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정씨를 대리한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이번 판결은 방송사 MD 업무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첫 판결”이라며 “현재 위탁계약 형태로 운영되는 방송사 MD 업무 형태가 시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청주방송은 판결내용대로 원고를 복직하고, 정씨뿐만 아니라 위탁계약 형태로 불법파견 노동을 하고 있는 또 다른 MD 방송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청주방송에는 4명의 MD가 정씨와 같이 파견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청주방송 입장을 듣기 위해 유선으로 연락을 취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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