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묘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판결

1.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육아휴직급여 신청 기간과 관련한 규정의 성격에 대해 최초로 밝힌 사례다.

이 사건 소송의 원고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육아휴직 기간이 종료한 때부터 1년이 경과한 시기에 이르러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은 원고가 구 고용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용보험법’) 제70조2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육아휴직급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는 구 고용보험법 107조1항에 별도로 3년의 소멸시효가 규정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했는데,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봐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 기간은 제척 기간이고 이 사건 조항은 강행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봐,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했다(다만, 대상판결에는 대법관 박상옥·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흥구 5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대법원의 해석으로 육아휴직급여 신청 기간은 1년으로 제한된 것이다.

2. 명시적인 소멸시효 규정 사문화

대상판결의 쟁점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에게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도록 한 이 사건 조항이 강행규정인지, 훈시규정인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규정 형식에 비춰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 기간은 제척 기간으로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쟁점에 한정해 보면, 이 사건 조항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청 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구 고용보험법 107조1항(이하 ‘소멸시효 규정’)의 “제3장부터 제5장까지의 규정에 따른 지원금·실업급여·육아휴직 급여 또는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을 지급받거나 그 반환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는 명시적 규정이므로, 대상판결의 결론에 의하면 위 소멸시효 규정대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3년의 시효가 지나기 전에는 유효하다’고 신뢰했던 근로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입법자의 결단으로 3년으로 정한 소멸시효 규정을 사문화하고 그 조항을 신뢰한 근로자의 기대권을 박탈하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육아휴직급여와 같은 사회보장수급권은 행정청이 심사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청의 지급 결정으로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이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 조항의 신청 기간은 추상적 권리의 행사 기간을 정한 것이고 소멸시효 규정은 신청 기간 내 추상적 권리를 행사해 구체적 권리로 전환된 이후부터 적용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형식에 치우친 인위적 판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육아휴직급여의 신청에 관한 규정은 이 사건 조항뿐이고, 고용보험법령상 육아휴직급여의 경우 수급권자 인정을 받는 절차와 인정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절차는 구분돼 있지 않다. 실제로 육아휴직급여 지급은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지급결정을 하면 지체 없이 지급신청서에 기재된 금융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 기간을 제척 기간으로 봐 육아휴직급여 신청은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만 할 수 있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입법자의 결단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가 3년 동안은 존속한다는 소멸시효 규정을 둔 것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사문화하는 결과가 된다.

대상판결은 육아휴직급여 지급이 지급결정에 따라 지체 없이 신청인의 금융계좌로 송금되지만, 급여지급 결정이 있은 후 송금누락이나 착오송금이 있을 때 소멸시효 규정이 여전히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지만, 입법자가 이처럼 극히 예외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소멸시효 규정을 뒀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반대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법이 제척기간임을 명시하지 않고 별도로 소멸시효기간을 두고 있음에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그 제척기간이 소멸시효기간 내에 포함됨으로써 법이 명시한 소멸시효기간을 사문화시키는 경우”에 해당해 그 결론에 수긍하기가 어렵다.

3. 공무원 육아휴직 제도와 차별 불러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12월4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민간 분야에 먼저 도입됐다. 제정 당시에는 사업주로 하여금 생후 1년 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여성에게 1년 이내의 무급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하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런데 1994년부터 1999년까지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군인사법 개정으로 공공 분야에도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1년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 모두 무급 육아휴직이 유급 육아휴직 제도로 전환됐다. 이때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은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지급받을 수 있게 제도화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만일 대상판결에서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민간 분야에서 별도의 신청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 육아휴직 허용 주체가 육아휴직급여 재원 관리 주체와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본다면, 공무원과 민간 근로자가 유급 육아휴직 제도하에서 본질적인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이 사건 조항의 신청 기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미 육아휴직급여(수당) 신청 절차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하는 공무원과 민간 근로자를 본질적으로 차별한다 할 것이다.

공무원과 민간 근로자 모두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자녀 양육 기간 동안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 근로자에게는 육아휴직 급여지급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취급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의 신청 기간을 제척 기간으로 해석한다면, 육아를 이유로 휴직하는 공무원은 신청조차 할 필요 없이 육아휴직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수당 청구권이 소멸되는 경우를 상정할 수도 없지만, 육아를 이유로 휴직하는 민간 근로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일정한 절차에 따라 지급을 신청해야만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만일 신청 기간(제척 기간)이 지나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을 했음에도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게 돼 대단히 차별적인 결과가 빚어진다.

4. 육아휴직 제도 발전 방향에 맞지 않아

육아휴직 제도는 급여 증액, 지급대상자 확대는 물론 육아휴직 기간의 분할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제도와의 혼용 등이 가능하도록 범위가 확대되고 운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수급권자의 육아휴직급여 신청 기간에 관해서도 범위를 확대하고 운용을 유연하게 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마땅할 것인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 기간을 아무런 명시적 단서 없이 제척 기간으로 해석해 오히려 신청 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소멸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상판결은 입법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에 대해 3년의 소멸시효 규정을 두게 된 진정한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법 이론과 통일적 해석에 치우쳐 명시적인 규정에도 ‘해석’으로써 육아휴직 급여 신청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것이다. 맺음말에서 “실체를 이유로 해 절차의 저울 한쪽이 기울어지는 것은 전체 법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해 ‘실체’에는 맞지 않는 판단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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