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조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에 택배차 지상출입을 금지하는 공원형 아파트를 배송불가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단지 내 택배차량 지상출입을 금지해 논란을 일으켰던 서울 강동구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미 택배사들과 출입금지와 저탑차량 배송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저탑차량은 차고가 낮아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적고, 몸을 굽혀 일할 수밖에 없어 노동자들은 근골격계질환에 걸린다고 호소한다.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과는 교섭도 제대로 하지 않는 택배사들이 정작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논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택배사 대리점·아파트 주민만 참여한 대화

공원형 아파트인 ㄱ아파트는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 지상출입을 금지했다. 2019년 완공돼 5천여세대가 입주한 ㄱ아파트를 맡은 택배노동자는 10여명으로, 5개 회사(CJ대한통운·롯데·한진·로젠·우체국) 소속이다. 이에 따라 14일 택배노동자들이 문 앞 배송을 거부해 갈등이 커졌다.

택배노동자와 아파트 주민 간 분란으로만 비쳐졌던 배송 거부 사태 뒤에 택배사 대리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국택배노조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입주자대표회의와 택배 대리점은 택배차 지상운행 방침에 관해 대화하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택배노동자는 대화에 끼지 못했다. 양측 대화로 도출한 결론은 ‘저탑차량 배송 혹은 손수레 이용 배송’이다.

저탑차량 배송이 현실화하면 택배노동자는 차량 개조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개조비용은 약 200만원 정도다. 높이가 3미터에 가까운 ‘하이탑차’대신 화물칸이 1미터 남짓인 저탑차량은 노동강도도 높인다. 배송·집화 과정에서 허리를 펼 수 없기 때문이다. 차를 개조하지 않을 경우 아파트 입구부터 손수레로 집집마다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도 길어진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우리 기사들 저탑차량으로는 일 못 시킨다, 합리적으로 대화해 보자’고 중재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배송금지구역 지정하거나 추가 수수료 부과해야”

노조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가 지상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를 배송금지구역을 지정하거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공원형 아파트의 배송차 지상출입 금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여러 번 불거진 만큼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선제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ㄱ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CJ대한통운과 저탑차량 배송에 합의했다”고 밝힌 만큼 이번 갈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한 5개 택배사에 ㄱ아파트 배송사태와 관련해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22일까지 CJ대한통운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강신호 대표이사와 강동대리점주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산업안전보건법 5조에는 특수고용 노동자 사업주의 산업재해예방 조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강동지역 아파트 배송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은 해당 구역 집배점과 아파트 사이에 협의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합의’는 없었다”며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서 지금은 협의가 중단된 상황으로, 당사는 갈등과 대립을 피하면서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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