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2년에 한 번씩 경쟁입찰로 하도급 계약을 하거든요.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 배제로 인한 고용불안이 발생해요. 지난해 우리도 해고를 당해 두 달 동안 공장에서 파업을 했습니다. 내년에도 입찰이 있는데 또 해고를 안 당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걱정이 많아요.”(남해화학 하청업체 노동자 A씨)

“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조3교대 근무를 하면서 매월 100~150시간씩 초과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사내하청 노동자가 손에 쥐는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30~40% 정도밖에 안 돼요.”(LG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B씨)

1979년 완공된 여수산단은 단일 석유화학단지로는 세계 1위 규모다. 지역별 고용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여수지역 석유화학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532만원일 정도로 임금수준이 낮지 않다. 그런데 실제 조사를 해 봤더니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격차가 상당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여수비정규노동센터·화섬식품노조가 지난해 7~8월 여수지역 석유화학업종 내 사내하청 노동자 912명을 조사한 결과를 15일 공개했는데 해당 지역 석유화학업종 사내하청 노동자의 상여금과 성과급을 제외한 월 임금액은 271만6천원에 불과했다. 상여금을 합산해도 306만원 수준이었다. 조사를 수행한 손정순 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통계조사에는 정규직까지 포함한 평균액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실제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는 이날 오후 전남 여수시의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종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및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산재사고 유경험자 중 산재 처리 5.4%”

차별은 임금이나 고용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1년 이내에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한 적 있다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16.3%나 됐다. 이 중 “산재 처리를 한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5.4%에 그쳤다. 나머지는 공상처리를 하거나 개인비용으로 치료를 받았다. 산재 미처리 이유를 묻는 질문엔 54%가 “원·하청 업체에서 불이익을 우려해서”라고 답했다.

주목할 지점은 “직영 정규직 노동자보다 산재 사고를 당할 위험이 더 높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1.6%나 된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일한다”고 증언했다. A씨는 “비료를 생산하려면 야외에 이동 코파(원료을 옮길 때 쓰는 장비)를 가져다 사용하는데 바람만 불어도 흔들흔들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며 “남해화학 직원들은 안전 검사를 나오고 안전에 대해 강조하지만 현장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비정규 노동자는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생활 만족도는 “불만”이 77%일 정도로 낮았다. 하청업체 계약갱신 때마다 고용불안을 겪는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산단지역 노사협약 체결 필요, 지자체 촉매역할 해야”

남우근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석유화학업종 사내하청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기준법에 사업 이전에 따른 고용승계 조항을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도급계약 해지를 통한 집단해고, 산재 은폐,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는 “여수산단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단지역 노사협약 체결도 주문했다. 남 정책연구위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단체협약은 아니라도 노사 공동선언 수준이라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공동노력 등 사용자들이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내용으로라도 공동선언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수시가 촉매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이철 노조 LG화학사내하청지회장은 “원청이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할 때 비용을 깎고 책임까지 하청에 떠넘기면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하청노동자들이 산재 사망사고를 당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펼치고, 지자체는 노동안전보건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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