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법원의 손에 운명을 맡기게 됐다.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회생개시 결정을 보류했지만 쌍용차는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쌍용차의 회생가능성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경영정상화까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존속에 무게 둘 듯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는 15일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제3자 관리인으로 정용원 쌍용차 기획·관리본부장을, 조사위원으로 한영 회계법인을 선임했다.

법원은 쌍용차가 지난해 12월21일 기업회생과 함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하면서 2차례에 걸쳐 회생 개시 결정을 보류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의향서(LOI)를 지난달 말까지 제출하지 않으면서 더 이상 개시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달 2일 회생절차 개시 수순에 돌입했다.

회생절차를 시작하면 조사위원은 기업 실사 등을 거쳐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게 된다. 조사보고서 제출기한은 6월10일이다. 조사위원이 존속 의견을 내면 관리인이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고 이행한다. 청산보고를 하면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채권단 채무가 변제된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임직원 4천800여명 일자리와 800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까지 감안하면 정부는 존속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법원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 인가 전에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가 전 M&A를 하게 되면 회생계획안에 M&A 내용을 반영하게 돼 채권단 동의를 받기 수월해질 수 있다. 쌍용차는 이날 “비록 ‘P-플랜’에서 ‘인가 전 M&A’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양자는 추진 시기만 달라질 뿐 회생절차 개시를 전제로 M&A를 추진해 회생절차 조기종결을 도모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밝혔다. 일부 국내업체와 사모펀드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힌 만큼 공개입찰을 통한 다수 인수후보자 간 경쟁을 유도해 신속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개매각시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쌍용차에 대해 “당장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전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의향자들 자금력·경영능력 의문

하지만 쌍용차가 경영정상화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국내 전기버스 제조사 에디슨모터스, 전기차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 6~7곳은 업체 자금력과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인수 의사를 밝힌 곳들이) 쌍용차를 인수해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현실화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모펀드의 경우 몸집을 줄여 또다시 매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HAAH오토모티브 외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공개매각의 의미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쌍용차가 ‘군살 빼기’를 본격화하고 HAAH오토모티브 투자 여건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 규모가 3천700억원에 달하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매각이 현실화되려면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까지 16분기 연속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가 2022년 4월14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은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난항으로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평택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데다 연장가능성도 거론된다.

2009년 쌍용차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시 쌍용차는 전체 임직원 36%인 2천60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쌍용차노조는 인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고용보장을 매각의 전제로 주장해 왔다. 쌍용차 임직원은 지난 1월부터 급여를 절반만 받고 있다. 추가 임금삭감, 순환 무급휴직 등이 자구안으로 거론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화까지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어려워진 상황으로 과거 최악의 사태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가 (자금지원을 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르노삼성·한국지엠 등 외국계 완성차업체가 철수카드를 내밀며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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