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업체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일요일 저녁마다 지급받는 두유와 빵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7천원의 급식비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업체는 급식비를 공제하고 이런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인천광역시 소속 기초자치단체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을 때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데도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그런데도 감사처분은 솜방망이 조치에 그쳐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5일 민주연합노조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7개 기초자치단체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회사와 위법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는 노조가 지난해 2월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 대상은 인천시 중구·동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서구다.

7개 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개 용역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입찰 대상인데도 수의계약을 맺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르면 계약금액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용역계약은 입찰에 부쳐야 한다. 7개 구는 최소 6억원, 최대 22억원 규모의 계약을 하면서 계약서에 계약금액을 명시하지 않았다. 중구와 미추홀구·남동구의 경우 계약서에 계약금액을 적지 않았다.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각 구는 지방계약법 시행령 25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허를 받았거나 실용신안등록 또는 디자인등록이 된 물품을 제조하게 하거나 구매하는 경우로서 적절한 대용품이나 대체품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각 구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앞으로는 주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감사원은 모든 구청장에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의 감사처분은 징계, 문책, 시정·주의, 개선, 권고·통보, 고발로 나뉜다. 자치단체에 대한 행정감사 규정,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자치감사기준, 감사원법, 공공감사기준 등 관련규범에 따른 것이다. 이 중 주의 처분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이 있으나 그 정도가 징계나 문책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미한 경우, 감사대상 부서에 대해 실시한다.

인천시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노동자들의 급식비를 가로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조는 인천시 중구와 부평구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3곳이 3년간 노동자 130명의 급식비 7억원 상당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금명세표에만 급식비를 올려놓고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거나, 1주일에 한 번 빵 1개와 두유 2개를 지급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그런데도 부평구는 “세세한 항목까지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김인수 노조 조직실장은 “생활폐기물 처리 용역업체의 밥값 착복 논란이 계속 발생하고 처리가 지연되는데 지자체와 용역업체 간 유착관계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문제가 있는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게끔 하는 더 강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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