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저임금 계약을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플랫폼 기업의 고용·노사관계’ 연구보고서 따르면 플랫폼 노동 비율은 전체 노동인구의 5~10%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크게 기그 워크(Gig work·초단기 노동)형과 크라우드(crowd·군중모집)형 플랫폼을 대상으로 고용과 노사관계를 분석했다.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면 숙련 수준도 함께 고려했다는 점이다. 기그 노동이면서 저숙련인 배달노동과 함께 크라우드 노동 가운데 고숙련인 IT(정보기술) 외주개발 노동과 저숙련인 데이터 라벨링 노동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각종 데이터를 분류하고 가공하는 모든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ling)’이라고 부른다.

숙련 향상 기대 어려운 디지털 테일러리즘

연구진은 “저숙련 노동일수록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체계화돼 있고,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의 숙련 향상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 노동이 저임금 노동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보고서에서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월평균 300만원 정도 벌어 월 최저임금을 월등히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 6일, 1일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저임금 노동인 이유로는 보수에 대한 결정이 플랫폼 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을 이용하는 작업자 9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월급제보다는 작업에 따른 수당제를 선호했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눈여겨볼 지점은 작업자 등급이 높을수록 ‘저난도-저단가’ 작업을 ‘고난도-고단가’ 작업에 비해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점”이라며 “높은 등급의 작업자들이 저단가 작업을 대량을 수행해 총수익을 많이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수익 극대화를 위해 숙련 형성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디지털 뉴딜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에 향후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또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고숙련 일자리인 IT개발자들의 경우도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의 제도적 보호를 위해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플랫폼 기업이 책임질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임금 계약 반복
“시간당 최저임금 받도록 설계해야”

그러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제안했다. 플랫폼 노동자가 저임금 계약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는 반면 집단적인 이해 대변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시간당 수수료가 최소한 최저임금에 부합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플랫폼 노동자 보수는 건별 지급 방식이지만 각각의 일에 소요되는 평균적인 시간을 계산하면 최저임금 적용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정흥준 교수와 이정희 연구위원, 이상준 부연구위원, 조규준 연구원,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융합경영학), 노성철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이찬우 충남대 박사과정(사회학)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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