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L)

1. 사실관계

망인은 피고 택시회사에서 소외인과 같은 조로 교대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였다.

망인은 소외인과 차량관리 문제로 자주 다퉜다. 망인은 2013년 9월3일께 피고 택시 회사 기사 대기실에 출근한 후 소외인과 말다툼을 하다 소외인과 몸싸움을 시작했다.

위 다툼으로 인해 소외인이 망인의 복부 부분을 발로 차 망인이 뒤로 넘어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했고 망인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소외인은 이로 인해 2014년 1월2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폭행치사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 관련 판결 내용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8083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망인과 소외인이 평소 업무와 관련해 다퉈 왔고 이 사건도 차량관리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망인의 업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오히려 망인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망인의 자의적인 도발에 의해 촉발된 소외인의 폭행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망인의 사망이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봐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3. 대상판결 내용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피고 택시회사를 상대로 민법 756조 사용자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 1심 법원 판시

이 사건 사고의 경우 발생 시간이 소외인과 망인의 근무시간이고, 발생 장소가 근무지인 기사대기실이며, 사고 발단도 피고 회사의 업무와 관련돼 있다. 이 사건 사고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 행위와 관련해 발생했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소외인의 사용자로서 소외인과 공동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며 피고 회사의 책임비율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그리고 가동연한은 망인의 정년이 만 60세이고 정년 후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근무한 점, 사고 당시인 2013년 9월3일 망인이 만 61세인 점을 고려해 망인이 만 63세 남짓인 2015년 3월31일까지 인정했다.

나. 2심 법원 판시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단지 피고 회사의 책임 제한에 있어 피고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미 배차변경이 됐음에도 근무시간보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 소외인을 기다리고 있다가 먼저 시비를 걸고 일단락된 몸싸움을 다시 시작하여 폭행을 한 망인의 과실 역시 결코 적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망인의 자의적인 도발에 의해 촉발한 소외인의 폭행행위가 원인이 된 것으로, 당시 망인의 폭력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서는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인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외인의 폭행 내용이나 정도에 비춰 사망이라는 예상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이 사건 사고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관련 정도가 크지 아니한 점, 기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경위, 피고 회사의 과실 정도 등을 참작해 보면 피고 회사의 책임비율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다.

다. 대법원 판시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망인의 가동연한과 책임제한의 비율에 대해 상고했으며 피고 회사는 민법 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사무집행 관련성에 벗어난 사고라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대법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고는 소외인이 택시 운행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후 발생했으므로 업무시간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 피고는 망인과 소외인이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는 차량관리 문제로 몸싸움을 벌인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현장에서 두 사람을 격리시키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 회사는 망인과 소외인이 차량관리 문제로 여러 차례 다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인 2013년 9월1일 비로소 망인과 소외인에 대한 배차를 변경했다는 사정만으로 피용자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

가동연한에 있어서는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에 관해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의 가동연한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근거로 판단했다. 또 원심이 경험칙에 따라 택시 운전기사의 가동연한을 도출하거나, 망인의 가동연한을 새로이 도출한 경험칙상 가동연한과 달리 인정할 만한 특별한 구체적 사정이 있는지를 심리해 가동연한을 정했어야 하는데 해당 직종 종사자의 연령별 근로자 인구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근로조건, 정년 제한, 연령별 분포, 증감 비율과 증감 원인 등과 함께 망인의 연령, 경력, 건강 상태와 업무의 특성 등 구체적 사정을 심리해 망인의 가동연한을 정할 필요가 있있었는데도 망인의 가동연한을 만 63세 남짓인 2015년 3월 31일까지로 단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가동연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4. 평석

가. 가동연한에 대해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5세로 인정한 바 있는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도 궤를 같이 하는 판결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택시기사의 가동연한을 확정지은 판결이라기보다는 택시기사의 가동연한은 65세 이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 그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02년 3월 말 기준 택시운전자들의 평균연령은 62.17세인데 이는 2018 한국의 직업정보 연구결과 발표에서 농링어업직의 평균 연령이 53세인 것을 비교하더라도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 65세보다 더욱 높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농업인보다도 더 높은 가동연한이 택시기사에 인정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택시기사의 가동연한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연령이 법원의 판결로 확정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 회사의 책임에 대해

위 대법원 판례에서 회사의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않았으나 1심과 2심에서 택시회사의 사용자책임에 대한 피고회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결과론적으로 이 사건 사고에서의 택시회사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회사 내에서의 직원들 간의 다툼은 사소한 시비거리라 하더라도 업무와 결부된다면 더 이상 직원들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문제가 되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판결로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사건 사고에 대해 유족들은 회사에 책임을 1차적으로 물은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로 보상받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을 피고로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그 다음으로 피고 회사에 책임을 물었는데도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지만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업무상재해와 사용자책임은 달리 평가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판결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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