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건설노조가 13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건설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과 건설노동자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정기훈 기자>

건설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뒤에도 건설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건설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안전한 건설현장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전국 건설 현장에서 선전전과 지역별 관련 기관 면담을 비롯한 투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노조는 지난 6일부터 4일간 조합원 931명을 대상으로 구글독스를 통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건설노동자의 85%가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현재까지 건설현장의 안전 사항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로도) 근본적으로 노동안전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안전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을 담당하는 건설사 직원이 늘었냐”는 질문에 “그대로”라는 답변은 64%였다. “건설사에서 공기 단축에 대한 압박, 속도전을 강요받고 있다”는 답변도 77%나 됐다. “안전을 명분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통제가 심해졌다”는 응답도 58%였다. 응답자들은 “CCTV 등을 통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정도의 감시를 한다”거나 “퇴출 압박이 강해졌다”고 했다.

“정부의 산재사망 예방대책에도 노동자들이 다치는 근본적인 이유”를 물었더니 불법다단계 하도급(66%·중복답변)과 최저가낙찰제(63%), 빨리빨리 속도전(46%), 신호수 미배치 등 건설사의 안전관리 감독 소홀(41%)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반면 15%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안전 사항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안전교육 확대 및 강화 △안전통로·소화기·추락구간 등 안전시설물 설치 △일자사다리 사용 금지 등 단속 △안전 중시 분위기 △작업 전 위험요소 체크를 그 이유로 꼽았다. 노조는 “이들 현장은 대체로 재벌 건설사들이 원청사로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뒤 건설현장에선 생전 하지 않던 안전관리자를 충원하고, 시설을 보완하며, 교육시간을 늘렸지만 갈 길은 멀다”며 “노동안전을 명분 삼아 안전점검은 하지 않은 채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정도로 감시를 하는 등 노동자들만 옥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법도급과 최저가낙찰제가 맞물려 안전책임이 불분명하거나 서로 떠넘기거나, 안전관리비가 중간에서 새어 나가 안전시설이 미비해지는 것”이라며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처나 감리·원청을 비롯해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의 안전 책임을 지우고 위반 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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