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 노동정책 향방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노동정책은 ‘지자체 최초’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고 다른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도 벤치마킹했다. 노동존중 특별시의 정책은 어떤 운명을 맞을까.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진짜 노동존중 서울시 향한 분투 만들 때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대중은 악함보다 위선을 더 증오한다.”(스테판 카를루스)

폐친이 올린 이번 선거 한 줄 총평이다,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 공정사회와 함께 불평등 해소를 요구받았다. 소득주도 성장론과 포용적 노동정책, 부동산 투기 근절 등이 그 표현이었다. 촛불의 기대와 열망은 매우 컸고 개혁을 진전시키라고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고 집값은 치솟았다. 집권세력의 내로남불 위선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보궐선거 귀책 사유도 더불어민주당에 있었다. 기대는 실망으로 열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 결과 적폐세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안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용산참사를 불러일으키고 아이들 밥값조차 거부한 오세훈이 시장이 됐다. ‘더 나쁜 자’에 대한 경계보다 ‘덜 나쁘다’ 호소하지만 기만과 위선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다.

오세훈 시장의 당선이 서울시 노동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 가지 예측이 공존한다. 하나는 각종 노동정책의 후퇴, 노동 관련 부서 축소 폐지, 노동 관련 민관 거버넌스(조례를 근거로 운영되는 각종 위원회) 유명무실화, 노조할 권리 제약 등 반노동 정책이 전면화되리라는 예측이다. 다른 예측은 일정 정도 노동정책이 후퇴되는 경향을 보이겠지만 큰 변화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임기가 1년2개월에 불과하고 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인 상황에서 각종 조례에 의한 노동정책을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까지는 소극적 제한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노동정책에 큰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했고 노동존중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크든 적든 노동정책의 전반적 후퇴가 예상된다. 이젠 누구에게 기대하거나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더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후퇴를 막아내고 진전시켜야 할 책임과 역할이 노동과 시민사회에 있다. 도심제조업, 택배·요양·돌봄·필수노동자, 코로나19 시기 서비스·대면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고용과 생존, 사회안전망과 노동기본권을 진전시켜야 한다. 이전 시장 시절 미약하나마 공공부분에서 진전시킨 성과를 민간부문까지 확장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넘어 불평등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 내기 위한 사회대전환 구상과 기획·행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서울지역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일상의 사회운동, 사회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간의 안일함을 넘어서 진짜 노동존중 서울시를 향한 분투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노동기본권 보장 위한 지방정부 역할 다해야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보궐선거가 마무리됐다. 촛불 시민들은 정치권에 ‘그대들은 대체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를 묻고 있으나, 그에 대한 답보다는 구태의연한 양대 정당의 진흙탕 싸움만 본 꼴이라서 개운찮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 또한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했던 아픔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정치의 과제고.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해결방안을 듣고 싶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이 온통 토목개발 공약으로 뒤덮였던 시대에서 복지공약으로 이전해 온 지 오래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 문제와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한 정책도 꾸준히 확장됐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2018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혹시 있을 수 있는 일자리 충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서울시 아파트경비노동자 고용안정특별대책반’이다. 이 사업 덕에 제도개선 방안을 준비할 수 있었다.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감시단속적근로자 승인제도 개선, 아파트관리원 제도 도입과 교대근무제 개편을 이해관계 당사자의 토론과 합의 과정에서 추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서울시의 행정조직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부분의 노동·일자리 정책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 올해 10월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서울시장 유고 사태와 선거로 지지부진한 것이 안타깝다.

<매일노동뉴스> 3월30일자 보도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는 전임 시장의 정책공약 중 74.7%를 폐기·보완하겠다고 하고, 노동·일자리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 한 개도 없었다. 우려스럽다.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제도 개선에 있어서 여러 가지 논쟁지점은 차치하고라도 지방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진영논리나 이념에 휘둘릴 일이 결코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이보다 좋은 세상이 올 수는 없다고, 술잔을 치켜들고 “이대로”를 외쳤다는 기사가 공분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드러난 일자리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노동기본권을 확대·강화하는 것은 이 시대 정치의 핵심 과제이고, 지방정부의 역할을 높여야 할 일이다.

 

남민우 한국노총 조직강화본부 부장
남민우 한국노총 조직강화본부 부장

진영 논리 벗어나 서울시 노동정책 유지해야
남민우 한국노총 조직강화본부 부장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한 언론은 “민심이 무서웠다”고 평가했다. 보궐선거가 치러진 이유,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 부동산 문제가 반영된 선거 결과에 반전은 없었다.

서울특별시는 이름처럼 특별하다. 그 특별한 곳에 천만명에 가까운 시민이 살고, 많은 취업자만 500만명, 실업자가 43만명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노동정책은 중앙정부의 정책만큼 중요하다. 그 특별함을 이끌 시장 역할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번 선거 공약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오 시장은 후보시절 229개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정책공약 중 22개 정책공약을 폐기하고 149개에 대해서는 수정·보완하겠다고 공개 답변했다. 특히 노동·도시농업·태양광·시민참여 분야 공약을 집중적으로 폐기·수정·보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다. 다만 당장 가입이 어려운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의 정책과 사업이 필요하고, 그런 사업들이 진행돼 왔다.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사업들은 전 서울시장의 정책이라기보다 보편적이고, 이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디지털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로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대리운전·음식배달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물류·배송·운송·돌봄 등 다양한 업종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조직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이 분야의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전개한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존 서울시 노동정책을 무조건 수정하고 축소하기 보다는 당위성이 차고 넘치는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 지원사업을 계속 확대하길 바란다. 일 년 후 다시 “민심이 무서웠다”라는 평가를 오 시장이 받지 않길 바란다.


10년 전으로 퇴보는 명확, 유급병가만이라도 추진하기를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오세훈 당선자는 노동공약이 없다. 선거 과정에 시민·사회단체가 정책답변서를 분석했더니 민선 7기(박원순 전 시장)가 추진한 일자리·노동분야 정책의 70% 이상을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시장의 1년2개월 잔여임기 중 노동정책 퇴보는 명확해 보인다. 어떤 정책은 시작하지도 못한 채 사장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지원 조례다. 조례에 따라 서울시가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세훈 당선자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2차 서울시 노동정책기본계획도 올해 시작해야 하지만 당선자나 국민의힘 성향을 봤을 때 진행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시 노동정책은 지난 10년의 성과가 원위치로 돌아가게 된다. 올해 6~7월 서울시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당선자 의도가 명확해질 것이다. 노동국을 어떻게 재편할지 봐야 한다. 노동국은 애초 일자리과의 일자리팀에서 출발해 지금 공무원 20여명이 6개 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악은 노동국을 기존 일자리과와 통합하는 것이다.

노동공약이 없기 때문에 신규 사업은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과 연계된 청년·여성일자리 영역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울한 예상을 하는 까닭은 광주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임 윤장현 광주시장이 내놨던 노동정책은 이용섭 시장이 들어오면서 모두 중단됐다. 같은 정당 소속의 시장인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집권 정당이 바뀐 서울시는 오죽하겠는가.

오세훈 당선자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노동자에게 부여하는 방안만큼은 추진하는 것이다. 일단 오 당선자는 유급병가 정책을 폐지대상으로 삼고 있다. 건강권은 정당을 떠나 추구해야 할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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