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대우조선해양 사내도장업체 파워공인 A(46)씨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잔업·특근을 하면 일당 28만원을 받았다. 파워공은 선박에 페인트칠을 하기 전 철판의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파워그라인더 작업을 한다. 이 일은 조선업계에서도 ‘골병 드는 직업’으로 불릴 만큼 힘든 작업으로 손에 꼽힌다. A씨는 매일 20~30킬로그램의 무거운 장비를 메고 아파트 10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 작업했다. 파워그라인더가 진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질환을 달고 살아야 했다.

“30킬로그램 장비 들고 10층 높이 계단 올랐다”
9개 하청업체 파워공 200여명 작업거부

그런데 잔업이나 특근을 제외한 ‘기본임금’은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15년 전 14만원에서 현재 17만원으로 겨우 3만원 올랐다. 게다가 4~5년 전부터 조선업계 불황으로 물량이 줄어들면서 잔업·특근이 없어졌다. A씨 일당도 기본임금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한 기간 10년을 포함해 25년간 파워공으로 일한 ‘베테랑’ A씨는 근속과 무관하게 여전히 일당제를 적용받는다. 하청업체 본공으로 일하면서도 한 달짜리 계약서를 갱신하는 형태로 일해 퇴직금도 기대하기 어렵다. A씨는 2019년에 이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째 작업거부를 했다. 작업거부는 5일부터 이어진다. A씨는 “힘들고 어려운 업무는 직영이 아닌 하청노동자에게 시키면서 임금도 그대로”라며 “골병 들어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파워공 200여명이 임금인상 같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지난달 삼성중공업 파워공들이 작업거부에 나선 데 이어 파워공들의 아우성이 계속되는 데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린 근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4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9개 사내도장업체에서 파워공으로 일하는 노동자 200여명이 지난 2일 작업을 거부하고 대우조선해양 선각삼거리에서 출근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파워공 150여명이 대우조선해양 서문식당 앞에 모여 시작한 작업거부가 3일째 이어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파워공들은 일당 2만원 인상(17만원→19만원), 퇴직적치금 폐지, 단기계약 폐지, 법정 연차휴가 보장, 법정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블랙리스트 철폐 같은 6가지 요구안을 하청업체에 제시했다.

2년 전에도 임금인상 합의했지만 복귀 뒤 뒤집혀

대우조선해양 파워공들은 2년 전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작업거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400여명의 파워공은 일당 2만원 인상과 퇴직적치금 폐지를 요구했다. 작업거부 끝에 16만원에서 18만원으로 일당 인상에 합의했지만 파워공들이 작업에 복귀하자 실제 계약서는 1만원 인상으로 축소됐다는 게 지회의 설명이다. 2년 전 해결하지 못한 퇴직적치금 폐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여명의 대우조선해양 파워공들이 다시 일터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앞서 삼성중공업 파워공 300~500명도 열흘간 작업거부를 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일당 2만원 인상·퇴직적치금 폐지·법정 공휴일 유급적용을 요구하며 열흘간 작업을 거부했다. 같은달 17일 일당 1만원 인상, 퇴직금 별도 지급, 연월차 부여 등에 합의하며 작업에 복귀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2년 전) 문서 형태로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에 합의사항이 후퇴하는 일이 벌어져도 파워공들이 대응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도장업체들과 합의를 문서화해 투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회에 따르면 작업거부에 나선 파워공 가운데 100여명이 지회에 가입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파워공은 5일 사내 선각삼거리 출근집회를 비롯해 작업거부 투쟁을 이어 갈 계획이다. 이달 6일 오후 지회 사무실에서 단체교섭을 하자고 9개 하청업체에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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