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이틀의 휴가를 부여하는 ‘백신휴가’가 1일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접종자 전원에게 의무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 권고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 4명 중 1명은 ‘아프면 집에서 쉴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31일 공개한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플 때 자유롭게 연차나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이 24%였다. 특히 ‘자유롭게 휴가를 쓰지 못한다’고 답한 비정규직은 31.5%로 정규직 19%에 비해 10%P 넘게 차이가 났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미만(30.3%)·5~30명 미만(31.0%), 월150만원 미만(28.2%) 노동자들이 공공기관(17.2%)·300명 이상(16.7%), 월 500만원이상(10.8%) 노동자들에 비해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거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연차 소진을 강요받는 상황은 여전했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사례를 보면 팀원 중 1명이 같은 아파트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간 A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하루 자택에서 대기했는데 본인 연차를 차감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B씨는 “밀접접촉자로 보건소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통보받았는데 원장은 연차휴가를 쓰라고 한다”고 제보했다. 권고 수준인 백신휴가도 연차 소진 강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에서는 백신접종 기피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백신휴가는 백신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려는 도입 목적 자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사회보험 면제처럼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유급휴가를 지원하거나 서울형 유급병가처럼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 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근본적으로) 백신휴가 실효성 문제는 유급병가와 상병수당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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