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해양박물관 비정규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21일로 97일째를 맞았다. <공공연대노조 부산본부>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경비와 주차관리·환경미화를 했던 노동자들이 21일로 박물관 앞 천막농성 97일을 맞았다. 노동자들은 직장내 갑질 근절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15일부터 천막농성 중이다. 지난해 12월31일 이의봉 공공연대노조 부산본부 영도지부장을 포함한 7명의 노동자가 정년 도래를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사측 “근무태도 불량해 재고용 불가”

사측의 첫 번째 계약만료 통보는 노조설립 두 달 뒤인 2018년 12월31일이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3개월과 6개월 단위 계약으로 고용이 불안해 관리자의 폭언과 부당한 대우 등에 저항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회사는 조합원을 포함한 9명의 노동자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노조는 2019년 1월2일부터 원직 복직을 요구했다. 부당해고 진정을 검토하던 중인 같은달 14일 잠정합의를 하고 31일 복직합의서를 쓴 뒤 해고자들은 복직했다. 회사는 1년 뒤인 지난해 12월31일 정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만 63세인 이의봉 지부장을 포함한 7명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

신애진 노조 부산본부 사무국장은 “2020년 촉탁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63세, 67세, 69세도 있다”며 “정년이 지나도 촉탁계약으로 다시 고용하는 것이 관행인데 조합원만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이번에 나가시게 된 분들은 유난히 근무태도나 행실이 좋지 않아 재고용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노조 지부장 감금, 여자 탈의실 들어간 관리자

관리자들의 폭행·성폭력 논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달 16일 이의봉 지부장은 시설팀장을 포함한 관리자 3명을 특수폭행죄와 특수감금죄로 부산영도경찰서에 고소했다. 관리자들이 이 지부장을 업무 얘기를 하자며 기계실로 부른 뒤 나가지 못하게 하며 위협했다는 이유다. 이 지부장은 “시설관리팀장이 공문으로 처리할 일을 말로 해야 한다며 기계실 문을 막았고, 시설대리인은 나를 문 반대 방향으로 밀었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김용관 노조 부위원장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서야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시설팀장은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 지부장이 그냥 가려했다”며 “오히려 우리 관리자가 멱살을 잡혔다”고 주장했다.

관리자와의 법적 공방 역시 처음은 아니다. 지부는 시설팀 대리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한 차례 여직원 탈의실과 여자환경미화원 샤워실에 들어간 혐의다. 노조는 당시 폐쇄회로TV(CCTV)를 봤던 경비직들의 진술을 확보해 올해 1월 고발했다. 시설팀 대리는 시설화재경보기 점검과 빨래 탈수를 위해 여자탈의실과 샤워실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범행일시가 특정되지 않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달 5일 무혐의 처분했다. 노조는 12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주간 근무자인 시설대리인이 당직이 근무하는 새벽에 화재경보기를 점검하고, 근무지 근처 탈수기를 두고 여성미화원 탈의실에서 탈수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이유다.

박물관 “운영사 일에 개입 못 해”

노조는 해고 노동자들의 원직 복직, 현재 만 63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 갑질을 없애기 위한 국립해양박물관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직장내 갑질과 비위행위에 연루된 관리자 직위해제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해양박물관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LT)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LT는 민간사업자가 박물관 설계와 신축공사를 이행하게 하는 대신 민간사업자에게 시설운영비와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영사가 고용한 하청업체의 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영사는 박물관 개관일인 2012년 5월부터 2032년 4월까지 운영을 맡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