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 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경기도 군포에 사는 김민호(가명)군은 함께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한 친구를 따라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다. 근로계약서는 물론이고 부모 동의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배달대행업체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일한 김군은 출근 도중 빗길 운전을 하다 급브레이크를 잡는 과정에서 미끄러졌다. 삼복사뼈가 외부로 돌출되는 골절을 당해 수술을 해야 했다. 김군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김군은 “아버지가 수술 이후 혹시 산재보험은 가입이 돼 있냐고 물어보셔서 그때 (산재보험에 대해) 알았다”며 “오토바이 보험은 가입돼 있었지만 지급하는 돈은 얼마 안 됐다”고 밝혔다. 치료비 1천800만원은 김군 부모가 지불해야 했다.

‘단시간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알려지며 청소년들이 배달노동으로 편입되고 있지만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랫폼 노동 특성상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기 어려운 데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더 취약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유니온센터와 청소년유니온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서 청소년 배달라이더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고 김군의 사례를 발표했다. 김군은 “배달대행업체가 청소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각종 서류들을 쓰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청소년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이날 경기도 군포시 청소년 노동인권센터와 함께 ‘내 생애 첫 번째 노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7월13일부터 8월4일까지 만 15~19세 군포지역 청소년 배달노동자 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는지 여부에 대해 묻자 ‘모른다’고 답한 사람이 41명(57.7%), ‘요청받아 작성했다’고 답한 사람이 10명(14.1%)이었다.

응답자 중 25.4%가 일하면서 교통사고를 경험했다고 했다. 사고 이후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13.3%에 불과했다. 개인 비용으로 처리(36.7%)했다거나 개인보험으로 처리(23.3%)했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사고로 인한 수리비나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모두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데 청소년은 어리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협상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리비를 불법적으로 청구하는 사업체를 제재하고 안전교육을 하는지 근로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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