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18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교실 1전담사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급격히 늘어난 업무로 고통을 호소하던 대구시 ㅅ초등학교 초등 돌봄전담사 김아무개(52)씨가 지난 15일 오전 7시께 숨졌다. 유족의 요청으로 사망경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18일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근무지가 변경된 뒤 담당해야 하는 아동수가 늘어 동료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한 명의 돌봄전담사가 50명 넘는 저학년 초등학생을 맡도록 하는 대구시교육청 돌봄교실 운영 행태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교육청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일하게 한 명의 돌봄전담사가 2개 교실 운영을 맡도록 하고 있다.

“돌봄아동 두 배 늘었는데
전산업무까지 늘었다”

고인은 ㄷ초등학교에서 ㅅ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고인과 지인 A씨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자료를 보면 지난달 26일 고인은 “나이스(NEIS·종합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두 반에, 넓은 교실에 물건 산더미, (특기적성프로그램) 강사 세 명 다 새로 와요”라며 “샘(선생님, 동료를 지칭)의 도움이 절실합니다”고 말했다. 나이스는 돌봄전담사가 학생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종합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ㅅ초등학교는 대구시 자체 학생관리시스템과 나이스를 함께 사용했다. 전산작업이 배로 늘어난 데다가 돌봐야 하는 학생수도 53명으로 두 배 늘었다. 앞서 근무했던 ㄷ학교에서는 한 교실을 맡았다. 천은숙 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돌봄분과장은 “(전보 전 일하던) ㄷ초등학교는 원래 학생수가 많은데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곳이라서 돌봄교실 신청자가 적어 한 돌봄전담사가 한 교실을 맡게 됐다”며 “ㅅ초등학교에서는 돌봄교실 신청자 79명 중 초등생 1~2학년 53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새 학기 아이들을 만나기 전 고인은 업무 준비에 분주했다. 3월2일이 공식 첫 출근일이었지만 지인과 대화에서 드러나듯 2월 말 일찌감치 일을 시작했다. 유가족은 공휴일인 3월1일에도 학교에 나갔고, 첫 공식 출근일이던 3월2일에는 집에 업무를 들고 와 일을 했다고 노조에 증언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3일 고인은 학교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3월4일부터 이틀간 병가를 내고 고인이 다시 출근한 8일(월요일) 재차 업무 과중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학교는 또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9일부터 12일까지 다시 병가를 냈고, 결국 다시는 출근하지 못했다.

“지금껏 죽지 않았을 뿐…
대구 돌봄전담사 스트레스 극심”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돌봄전담사가 두 교실을 모두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교실은 강사가 특기적성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다른 한 교실에서는 돌봄전담사가 돌봄을 맡는다”며 “시간대별로 25명 이내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무가 과중하다고 호소했는데 묵살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감사팀이 조사를 나가 확인해 보니 2월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업무가 많으니 (고인이) 업무 분장을 요구했고, 3월2일 첫 출근 때 학교에 오면 업무조정을 협의하기로 했고, 이후 업무 재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병수 대구지부 정책국장은 “죽지 않았을 뿐이지 대구지역 돌봄전담사는 고인과 같이 심한 스트레스에 놓여 있다”며 “오후 4시30분께 ‘학원 차 오면 우리 아이 보내 주세요’, 이런 요구들이 빈번한 상황에서 돌봄전담사가 53명의 아이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부장은 “제가 22명의 아이를 돌보던 시기에도 아이들 이름·신상을 파악하는 과정이 수월치 않았다”며 “아이들마다 스케줄이 모두 다른데, 53명의 아이 스케줄을 선생님 한 명이 다 파악한다는 것은 기절초풍할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이병수 정책국장은 “대구시교육청이 공무직을 늘리지 않으려 하다 보니, 돌봄전담사 대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신분인 특기적성프로그램 강사를 활용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대구시교육청에 △돌봄전담사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1교실 1돌봄전담사 배치, 전일제 전환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돌봄전담사 한 명이 한 학급당 20명 내외의 아동을 맡도록 지침이 마련돼 있다”면서도 “초등 돌봄교실 사업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협력해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침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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