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 2. 5. 선고 2019나2031793 판결

1. 이 사건 쟁점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장에서 파견근로를 제공하던 중 사용사업장의 회사분할로 인해 신설회사에서 파견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 파견근로의 기산점을 최초 파견돼 근로를 제공한 시점부터 기산해야 하는지 여부다.

2. 이 사건 발생 경위

원고들은 탠덤코리아 소속 파견근로자들로서 2011년 2월21일부터 KB국민은행 카드사업부에서 임원의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근무한 지 10일 만인 2011년 3월2일 ‘KB국민은행 카드사업부’가 KB국민은행에서 분리돼  ‘KB국민카드 주식회사’로 분리·신설됐다. 파견근로자들은 KB국민카드 신설 이후에도 동일한 임원들의 운전업무를 동일한 장소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회사가 분리되는지 알지도 못했다.

신설회사인 사용사업주 KB국민카드는 신설 이후인 2011년 3월2일 파견근로자들과 새로이 파견근로계약을 2년간 체결했고, 2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년 2월28일 파견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파견근로자들은 해고돼 거리로 쫓겨났고, 자신의 사용사업주가 KB국민은행인 줄 잘못 알고 “고용의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KB국민카드가 사용사업주로 바뀐 사실을 알게 돼 소송을 취하하고 다시 KB국민카드를 상대로 고용의무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파견근로 2년 초과 여부의 기산점을 KB국민은행 카드사업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2011년 2월21일부터 기산할 것인가, 아니면 KB국민카드가 신설된 2011년 3월2일로 할 것인가 여부였다. 이 판단에 따라 원고들은 약 7년간 무기계약직 근로자와의 임금차액과 KB국민카드 소속 근로자로 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결국 2011년 2월21일부터 2월28일까지의 8일간의 근로제공이 신설회사에 승계되는지 여부를 어떻게 법적으로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파견근로 기간 8일에 파견근로자들의 운명이 걸렸다.

3. 대상판결 요지

가. 1심 판결 요지

① 원고들의 근무형태 등

1) 원고들은 그들이 운전을 담당하는 피고의 임원이나 그 임원의 비서로부터 일정을 통보받고,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구체적인 목적지와 대기시간·운행경로 등을 지시받아 차량을 운행했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의 지시에 따라 거래처·외부행사 장소까지 차량을 운행했고, 야간이나 주말에 차량을 운행하기도 했다.

2) 원고들은 매일 피고의 배차실에 설치된 컴퓨터에 접속해 전날의 차량 운행시간·운행내용·행선지·주행거리·차량정비사항 등을 기재한 차량운행 및 일일점검일지를 작성한 후 이를 피고에게 보고했다. 원고들은 차량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피고의 총무팀에 보고했다. 원고들은 담당 임원들의 휴가일정과 연계해 휴가를 사용했다.

3) 이 사건 용역업체는 피고에 1명의 현장대리인을 뒀으나, 현장대리인은 원고들에 대해 별다른 업무지시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

4) 이 사건 용역업체는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원고들에 대한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또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가지고 있다.

5) 이 사건 용역업체는 ‘무사고 3년 이상의 운전경력자’를 모집해 피고에게 배치하고, 예절 및 신호 준수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을 하는 외에 다른 고유기술을 업무에 투입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용역업체는 피고로부터 사무실과 책상·컴퓨터 등 사무집기를 무상으로 대여받아 사용하였고, 원고들이 운행한 차량은 피고 소유였다. 차량에 대한 종합보험료·유류대·수리비·통행료 등도 피고가 부담했다.

② 사용사업주 지위의 승계 여부

둘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의 분할에 따라 일부 사업부문이 분할로 인해 설립되는 회사(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경우에는, 신설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하므로(상법 제530조의10), 분할하는 회사의 사용사업주의 지위 역시 승계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사건에 관해 보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과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춰 보면,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는 2011년 2월21일부터 2011년 3월1일까지는 국민은행이었다가, 2011년 3월2일 피고가 국민은행으로부터 분할돼 설립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위가 피고에게 승계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들이 피고의 파견근로자로 사용된 기간은 2011년 2월21일부터 2013년 2월28일까지라고 할 것이다.

나. KB국민카드 항소이유 요지

위 1심 판결에 대해 피고 KB국민카드는 1심의 소송대리인을 김앤장으로 교체하고 항소이유서를 통해 “상법 530조의10 규정의 문언1) 및 원심판결의 판결 이유 기재와 같이, 피고 회사가 국민은행의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 지위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그 권리의무의 승계에 관한 내용이 분할계획서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고들이 원심에 제출한 변론자료를 포함해 원심 소송기록을 샅샅이 살펴봐도 피고 회사의 분할계획서 그 자체는 물론이고 피고 회사가 승계하는 국민은행의 권리의무에 관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강력히 변론했다.

이에 원고들 대리인은 KB국민카드를 상대로 분할계획서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문서를 확인한 결과 “분할되는 회사의 … 재산적 가치가 있는 사실관계(인허가, 근로관계, 계약관계, 소송 등을 모두 포함한다)”를 모두 분할되는 회사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규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항소심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다. 항소심 판결 요지

1심과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은 탠덤코리아 소속 파견근로자들로서 2011년 2월21일 피고의 분할 전 회사인 KB국민은행에 고용돼 당시 피고의 임원으로 내정돼 있었던 □□와 △△의 운전기사로 근무하다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피고가 분할된 후인 2011년 3월2일부터 2013년 2월28일까지 피고 소속의 근로자로서 종전과 같이 □□와 △△의 운전기사로 계속 근무해 온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고, 피고는 KB국민은행에서 분할된 회사로서 분할계획서 2조6항에 따라 KB국민은행의 원고들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승계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들이 피고의 파견근로자로 사용된 기간은 2011년 2월21일부터 2013년 2월28일까지로 2년을 초과한다 할 것이다.

4. 대상판결 의의

(1) 그동안 대법원은“동일한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에서 정한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이상 그 사이에 파견사업주가 교체됐더라도 직접고용으로 간주되거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다”고 판시해 왔고(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경우 파견법에서 정한 2년의 기간 동안 사용사업주가 교체되는 경우에도 직접고용 의무가 인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대법원 판례는 없었고, 오히려 하급심에서 이를 부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서울고등법원 2019. 5. 17. 선고, 2018나2043041 판결2)).

(2) 이 사건 대상판결은 처음으로 파견근로 기간 중 사용사업주가 변경된 경우에도 최초 파견근로 제공 시점을 파견근로의 기산점으로 삼아 고용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3) 다만, 대상판결은 상법 530조의10의 법리를 파견근로에 적용한 경우이므로, 분할계획서 등이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법리가 적용될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4) 분할계획서 등이 존재하지 않아 상법 530조10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도 앞서 본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최초 사용사업주와 승계 사용사업주 사이의 묵시적 합의에 의한 파견근로 승계의무를 인정받는 것이 향후의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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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30조의10(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효과)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

2) 서울고등법원 2019. 5. 17. 선고, 2018나2043041 판결

위 사실관계만으로는 사용사업주1과 사용사업주2 사이에 원고에 대한 사용사업주 지위를 승계한다거나 근로자 파견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합의 내지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이와 같이 피고가 사용사업주로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인 원고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파견법 6조의2 1항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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