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운영하는 서서울물류센터에서 소포 분류작업을 하던 황은희(49)씨는 최근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그가 2019년 기간제 노동자로 전환돼 1개월 혹은 2개월, 3개월씩 계약연장을 하며 일한 지 1년8개월 만이다. 황씨는 “회사는 우리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아줌마 1, 2, 3’으로 취급해 왔다”며 “사측이 내키는 대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더니 이번 기간제 근로자 정리해고 통보에도 어떤 기준이나 근거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우체국물류지원단지부는 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집중국 청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자회사로 전국 5개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흐름을 거슬러 비정규직 사용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체 가능한 아줌마 1, 2, 3으로 취급”

지부에 따르면 황씨처럼 소포 분류작업을 하는 기간제 노동자는 모두 114명이다. 동서울·서서울·인천부평·안양범계 물류센터에서 흩어져 일한다. 3월 말 계약종료 예고통보를 받은 노동자는 27명이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2008년부터 우정사업본부에서 소포 분류업무를 수탁받아 수행했다. 문제는 우체국물류지원단 내 소포분류 작업자는 시간제·기간제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서서울지회에 따르면 서서울센터의 경우 74명의 노동자 중 정규직은 단 5명뿐이다. 나머지는 무기계약직(40여명)이거나 기간제 노동자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물량에 따라 일용직 노동자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늘린다.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우편집중국에도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직원이 있지만, 이들은 대개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공무직으로 전환된다. 우편집중국은 거점지역에서 일종의 터미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민간택배회사 물류센터와 유사하지만 우편을 소포와 함께 취급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상철 지부 부평지회장은 “8년 전만 해도 계약기간 2년을 채우면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한 채용기회가 주어졌지만 현재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 권한 없는 하청회사?

황은희씨는 “2월 하순께 사측은 노조와 협의해 (기간제 노동자) 전원을 계약연장하겠다고 해 안심시키더니 며칠 후 기존 결정을 번복하며 계약만료 통지서를 줬다”며 “노동자를 써먹고 필요 없을 것 같으니 바로 정리해 버리는 반노동자, 반인권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뒤 지부와 면담한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택배 비수기로 물량이 줄면 기간제 노동자를 모두 고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근본 원인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사실상 독립된 회사로 역할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현 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물류지원단은 우정사업본부가 주는 수수료를 통해 운영되는 회사에 불과해 고정인력을 고용해 고정비용이 생기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물량이 늘어나면 다시 기간제 노동자를 쓰겠다는 것이 회사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번 이 일에 침묵하면 계속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못된 버릇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포분류 작업 기간제 노동자는 중근조와 야간조 두 그룹으로 나눠 12시간씩 근무한다. 지부는 명절로 물량이 넘치던 지난달에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체국물류지원단측은 “비수기 물량 감소에 따른 일부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계약만료가 도래하는 기간제 근로자를 대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계약기간 만료를 2개월 동안 보류하기로 합의했다”며 “노사가 합동으로 물류센터 소요인력을 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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