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인사이트노조

“피와 땀으로 일군 우리 일터인데 노조 창립 뒤 하루아침에 회사가 폐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 버려 원망스럽습니다.”

“길게는 30년 넘게 일하신 분도 있는데 일자리를 잃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다들 가장이고 애들이 두세 명씩 있는 분들도 많은데 그래도 그만큼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니까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쟁하려 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류업체 하이트진로 하청업체 서해인사이트 해고 노동자들이 3일 <매일노동뉴스>에 전한 말이다. 이들은 전국 호프집에서 하이트 생맥주기계 설치·유지·보수·관리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 노동자를 포함한 서해인사이트 노동자 200명가량 중 130명 정도가 이달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하이트진로 하청업체였던 서해인사이트가 지난달 말 폐업하면서다. 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가 폐업을 예고하자 해당 업무를 수탁할 새 업체로 제일에스피㈜를 선정했다. 제일에스피는 지난달 공개채용을 접수했지만 서해인사이트노조(위원장 함경식) 조합원들은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회사의 폐업이 노조를 불인정하는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도 하청업체가 바뀐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항상 다른 채용절차 없이 기존 직원들이 전원 고용승계됐다”며 “노조가 설립된 뒤 바로 회사가 폐업하고 새 업체가 새로 채용절차를 거치겠다고 한 것은 노조 조합원을 걸러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설립됐으면 고용승계 문제를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데 제일에스피는 개별 입사 지원을 하라는 식으로 노조 협상권을 무시했다”며 “노조는 제일에스피에 협의하자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제일에스피는 2년 계약직을 뽑는다고 채용공고를 내는 등 새 업체가 제시한 업무조건은 지금보다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함경식 위원장은 “제일에스피가 이미 업무를 개시한 만큼 우리는 원청인 하이트진로가 우리를 책임지고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가 의지를 가진다면 못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현재 각각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매일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서초구 본사 앞에서는 천막농성도 할 예정이다. 이달 5일에는 강남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한다. 함경식 위원장은 “우리들은 원청 직접고용이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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