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서 정한 기관장 선임 절차를 마치고도 정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선임을 미뤄 기관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사태가 거듭되고 있다. 2일 금융노조가 정부의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임명 지연을 비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선임 ‘감감무소식’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재광 사장의 임기 만료일인 7일에 맞춰 지난해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장 선임 절차를 밟았다. 1월께 임원후보를 3명으로 압축해 기획재정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에 추천까지 마쳤다. 그러나 1월29일과 지난달 26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에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임명이 불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불가피하게 주주총회를 4일에서 다음달 2일로 연기한 상태다. 이재광 사장 임기는 새로운 사장 선임 전까지 자동으로 연장한다.

노조는 “후보자 추천까지 마쳤음에도 두 번의 공공기관운영위가 개최될 동안 원인도 모른 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며 “비슷한 시기 후보자를 추천한 다른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이 이미 공공기관운영위를 통과해 임명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은 기관장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임기 만료 두 달 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기관장 인선절차를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지키고도 임명이 지연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나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기재부 “추천 뒤 절차 규정 없으므로 법 위반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일부러 지연하려는 의도는 없고,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신원조회 등 다양한 절차가 있어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며 “공공기관운영법상 선임 규정도 공공기관위 추천까지의 시한을 정했을 뿐 이후 시한은 정해진 게 없으므로 법을 어긴 것도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기관과 기관 노동자는 하릴없이 임명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조는 “공공기관운영위는 임명 절차 지연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을 관할하는 공공기관운영위가 이유 없이 절차를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경영 공백을 방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후속 인사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4월 중 임원 2명의 임기 만료를 앞뒀다. 이들에 대한 임명권은 사장이 갖고 있다. 만약 새 사장 선임이 지속해서 지연하면 이미 임기를 만료한 이재광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여지도 있다. 그렇게 되면 새 사장 선임 이후 갈등이 예상된다.

청와대 인사 갈등 여파라는 ‘뜬소문’ 확산

사장 선임이 이유 없이 지연하면서 뜬소문도 퍼지고 있다. 최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거취 논란에 휩싸여 인사 관련 직무가 멈췄다는 해석까지 흘러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외에도 기관장 선임이 지연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경영진과 노조가 극심한 갈등을 겪은 한국기업데이터 역시 임명이 지연해 송병선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 이후에도 업무를 이어 가고 있다. 노조 기업데이터지부는 “하루빨리 신임 경영진에 의해 성장의 내실을 다지고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고객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부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 신임 경영진의 신속한 선임을 주주사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