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서울고법 2020. 12. 2 선고 2016나2032917 임금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고는 자동차 부품을 제작·판매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피고는 원고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지컨트롤스 안산지회 및 경주지회와 2010년 및 2012년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함)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 왔다. 이 사건 단체협약에는 ‘상여금을 연간 기본급의 800%’를 지급하며, ‘신규 입사자의 경우 입사 후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자는 지급액의 25%,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자는 50%, 9개월 이상 1년 미만자는 75%를 지급하며,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 한’(이하 ‘이 사건 재직자 조건’이라 함)하고,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복직, 휴직하는 자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규정돼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추가됨을 전제로 법정수당 및 퇴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는 이 사건 재직자조건이 부가돼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요구되는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이 사건 재직자조건은 임금의 사전포기를 의미하고,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근로기준법 43조1항 본문) 등에 반하므로, 강행법규에 위반해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재직자조건이 붙어 있지 아니한 것으로 평가해야 하고, 그 결과 중도 퇴직자에게도 일할로 계산해 지급해야 하는 것이므로, 소정근로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설령 이 사건 재직자조건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항소했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재직자조건을 유효로 보면서도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고정성을 갖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1심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2. 판결의 요지

가. 이 사건 상여금의 소정근로의 대가성 관련 대상판결은 ① 이 사건 상여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하거나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 외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이나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와는 관련 없이 지급받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상여금은 연간 월 기본급의 800%로 확정된 금액을 불규칙적으로 8회로 나눠 지급하는 것일 뿐, 8회의 각 분할지급금액이 각각 독립적인 상여금이라고 볼 수 없고, 중도 퇴직한 근로자가 이 사건 재직자조건으로 인해 지급받지 못하는 금액은 직전 분할지급일 다음 날부터 퇴직하는 날까지의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통상적으로 이 사건 상여금 가운데 적은 부분이라고 봐야 하고, 이로 인해 이 사건 상여금이 근로시간에 완벽하게 직접 또는 비례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근로 제공과의 밀접도가 약간 약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도 이 사건 상여금 전체를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지급일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임금이라고 할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상여금은 신규 입사자의 경우 경력과 근속기간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정한 지급률을 적용해 지급하도록 정해져 있으며, 지급일 이전에 복직 또는 휴직하는 노동자에게는 일할로 계산하고, 결근자에게는 일할로 감액해 지급되는 점들을 보면 이 사건 상여금이 ‘지급일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나. 재직자조건의 유효성 관련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여금이 해당 연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근로의 대가라면, 이 사건 재직자조건에 따르면 중도 퇴직하는 근로자는 그 시기에 따라 후불 임금을 일부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선불 임금을 반환하지 않는 이익을 얻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이 사건 재직조건은 근로자 또는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불리한 시기에 퇴직하더라도 그 불이익이 크다고 하기는 어려운 바, 근로자가 중도 퇴직하는 경우에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미지급 또는 초과지급 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관련 대상판결은 ①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자조건이 부가돼 있으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가 이 사건 상여금의 지급조건인 1년의 소정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채 중도 퇴직하는 경우에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일할 계산해 정산하는 경우와 비교해 미지급 또는 초과지급 금액이 있더라도 추가로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이어서, 이 사건 상여금이 연간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대해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돼 있는 임금이라는 성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 ② ‘통상’의 사전적인 의미는 ‘특별하지 않고 예사로 있는 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항상 있는 일’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이 사건 재직자조건의 내용인 ‘퇴직’은 근로자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고, 전체 재직 기간을 통틀어 마지막 날에 단 한 번 발생하는 사건에 불과한 점 ③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 가운데 일률성과 관련해서도 휴직자, 복직자, 징계대상자 등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지급을 제한하는 임금이라도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임금지급의 일률성이 부정되지 않는 점 ④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임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재직자조건이 부가돼 있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일급이 아닌 주급·월급·도급의 경우에 일할로 지급되지 않는 이상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돼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1항의 규정에도 없는 요건을 추가하는 것이 돼 타당하지 않다는 점 등을 논거로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판시했다.

3. 판결의 의의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을 직접 정의하지 않고 있으므로, 사전적(辭典的)인 의미로부터 출발해 통상임금의 개념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전적(辭典的) 의미에서 ‘통상’(通常)은 ‘특별하지 아니하고 예사임’을 말하며, ‘통상’이 ‘항상’(always)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가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이른바 재직자조건(중도 퇴직자 부지급 조건)은 ‘통상’의 경우가 아닌, 즉 ‘비상’(非常)인 ‘예외’에 관해 정한 것일 뿐이므로, 그것을 이유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인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건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소극적 징표의 하나로서 ‘고정성’을 명시한 후 특수한 조건으로 ‘재직자조건’을 부가한 것은 같은 판결 자체 내 ‘일률성’의 법리와도 충돌한다. 대법원은 일률성과 관련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휴직자나 복직자 또는 징계대상자 등에 대해 특정 임금에 대한 지급 제한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해당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그 임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을 들어 정상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에 대해 그 임금 지급의 일률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재직자조건에서 ‘퇴직’은 일률성 요건에서 해당 노동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으로 언급되는 ‘휴직, 복직, 징계’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통상’적인 노동자를 생각했을 때 퇴직이란 것은 매우 예외적이고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함에 있어 일률성과 고정성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은 통상임금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출발하여, 통상임금의 소극적 징표인 고정성의 의미를 한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확장시킨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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