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2011년 1월2일 170명 넘는 홍익대 미화·경비·시설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노조가 만들어진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홍익대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로 3개월 용역계약을 요구했고, 용역회사는 입찰을 포기했다. 기가 막힌 사연에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대학쪽에 항의했고 49일의 투쟁 끝에 같은해 2월21일 복직할 수 있게 됐다.

10년 전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2021년 2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투쟁과 닮았다. 30여명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69일째 천막농성과 LG트윈타워 안 선전전을 하고 있다. 간접고용 하청노동자에게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은 집단해고를 무릅써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휴게시간 늘려, 주말근무”
달라지지 않은 노동환경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고용승계 합의 10주년을 맞이해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LG트윈타워 고용승계 촉구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류한승 노조 서울지부 기획팀장은 “홍익대와 LG 사측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나 집단해고 정당화 논리는 10년을 건너 뛰어 거의 똑같다”며 “홍익대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문제라며 해고를 정당화했고, LG측은 정년연장 등 과도한 요구가 문제라고 집단해고를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식비가 9천원이었어요. 하루 300원꼴이에요. 껌 한통이 500원이던 시절, 밥값도 안 되고 껌값도 안 된다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돼서 많은 분들이 (투쟁에) 도움을 주셨어요.”

홍익대분회 조합원 김금옥씨가 10년 전 일을 떠올렸다. 홍익대 청소노동자가 당시 임금은 실수령액 기준 75만원이었다. 10시간 근무 중 3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책정돼 받던 급여였지만, 휴게시간은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고 토요일에도 나와 일해야 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도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임금꺾기를 이용한 토요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하루 2시간30분 휴게시간을 부여해 7시간30분을 근무하도록 하고 격주 토요일 근무로 채우지 못한 5시간 근무를 해야 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연대를 약속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김금옥씨는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고 계시지만, 조합원들이 똘똘 뭉치고 단결해야 이긴다”며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많이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LG트윈타워가 우리가 있을 곳”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이 무력화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진정한 사용자인 원청의 노동관계법상 사용자성이 부인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원청과 하청의 공동사용자성을 인정하거나 원청에서 최소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고용승계를 의무화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체 이전 전후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 기존 사용자 사이에 존재하는 근로계약관계가 신규 사용자에게 존속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제안이다.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지난 9일 30여명의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에게 LG마포빌딩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했다. 지부와 에스앤아이코퍼레션측 말을 종합하면 마포빌딩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존인력을 유지한 채 추가 30명의 노동자를 들인다는 것이다. 지부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원·하청 노사 교섭은 멈춘 상태다.

LG트윈타워분회 조합원 민경란(62)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처음부터 LG트윈타워에서 일을 했잖아요. 마포빌딩은 19명이 일하고 있어요. 저희는 30명인데 거기로 보내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측은 “(LG트윈타워와) 직선거리 3킬로미터가 채 안되는 근방에 있는 데다 LG그룹의 자산으로, 청소·미화 용역을 지수아이앤씨가 담당해 제안한 것”이라며 “오버 TO(정원)로 고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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