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갑질119 주최로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직장인 성희롱·괴롭힘 실태와 대안 토론회. <정기훈 기자>

직장내 성희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성차별적 괴롭힘이나 발언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 제도는 직장내 성차별적 발언 등을 규제하지 못해 성희롱이나 성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성희롱인지 괴롭힘인지 모호한 성차별

직장갑질119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당 권인숙 위원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직장갑질119 제보 전수 분석을 통해 본 직장인 성희롱+괴롭힘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직장갑질119가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만101건 중 자세한 피해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직장내 성희롱 제보 36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직장내 성희롱을 겪고 신고하지 않은 비율은 62.6%에 달했다.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고를 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90.4%였다.

토론회에서는 직장내 성차별이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 내에서는 직장내 성차별적 발언이나 괴롭힘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조사하는 근로감독관은 괴롭힘과 성희롱이 발생했는지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여자 나이 40이면 맛이 간다, 여자라면 사근사근하게 말해야지 등의 발언은 성차별적 괴롭힘이지만 법적으로 가면 성희롱인지 괴롭힘인지 모호하다”며 “직장내 성희롱은 지배와 개입의 산물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등은 성차별과 성희롱만 규정하지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며 “성희롱은 성적 언행, 성적 불쾌감이 있어야 한다고 협소하게 해석돼 성차별적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은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근기법 적극적 해석해야”
“전담 감독관, 기구 필요해”

구미영 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근로기준법이 정의하는 직장내 괴롭힘 중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서 성적 우위를 지위나 관계의 우위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구 연구위원은 “별도 입법 없이 성차별적 괴롭힘을 규율할 수 있고,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내 성희롱 조사에 특화한 근로감독관과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내 성희롱 문제 해결은 전문성과 성인지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며 전담 근로감독관과 독립적인 판정 기구를 둘 것을 제안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영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직장내 괴롭힘 관련한 여러 제도개선 방안들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공감대가 마련되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과장은 “제도 개선도 좋지만 그 이전에 문화와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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