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1년은커녕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을 수 있고, 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고, 산재요양 기간 중에도 계약이 만료됐다며 해고가 가능합니다. 법이나 제도 중 요양보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현욱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은 “요양보호사는 계약직이 많아 불합리한 계약에도 대응하기 어렵고 계약갱신을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노조 가입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동대문구 참사랑실버재활주간보호센터 앞에서는 평일 출근시간에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오전에는 전현욱 지부장이 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지난해 12월 3명의 요양보호사와 1명의 사회복지사가 이곳에서 계약만료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2년 미만 계약직 노동자였다. 노조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우려해 해고된 사례라고 주장한다.

“계약직이라 불합리해도 참고
갱신거절 무서워 노조 가입도 포기”

2019년 5월 개원한 이 센터에는 현재 9명의 요양보호사가 일하고 있지만 이 중 무기계약직은 한 명도 없다. 지난해 말 세 명의 전일제 근무 요양보호사가 나간 뒤 시간제 요양보호사가 빈자리를 채웠다. 계약만료된 요양보호사 중 1명은 일하다 산재를 입어 요양기간 중이었지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일터를 떠나야 했다.

참사랑실버재활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해고 사유에 관한 질문에 “2명의 요양보호사는 경영상 문제가 있어 계약만료를 결정한 것이고 산재요양 중이던 1명의 요양보호사는 요양이 끝나고 재계약하겠다고 안내한 상황”이라며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전 지부장은 “이 센터에는 해고된 노동자들을 대신해 3~4시간 일하는 시간제 요양보호사들이 채용돼 고용과 임금의 질이 모두 나빠진 상태”라며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장기요양기관은 이렇게 하루 근무시간을 쪼개거나 계약기간을 월 단위로 쪼개는 ‘쪼개기 계약’을 많이 맺는다”고 비판했다.

쪼개기 계약이 성행하다 보니 돌봄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가중된다. 충북 청주의 한 장기요양기관도 지난해 말 ‘시설 재정 악화’를 이유로 22명의 요양보호사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부산의 한 장기요양기관에서도 2명의 요양보호사가 지난해 12월과 1월 계약만료로 나란히 해고됐다. 해당 기관은 올해 상반기에 계약이 만료되는 3명의 요양보호사에게 해고를 예고한 상태다.

김종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요양 중인 노동자의 경우 산재 치료 중이라는 부분 때문에 갱신기대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데다가 기간제 노동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해고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라며 “기간제 노동자라 근로기준법상 해고법제에 적용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밝혔다.

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
▲ 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

“필수노동인 돌봄노동
코로나19 때만이라도 해고 금지해야”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필수노동자인 요양보호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며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코로나19 기간만이라도 생계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 해고 금지 지침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우정 노조 위원장은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돌봄서비스의 질은 비례하는 것”이라며 “요양보호사의 고용이 안정돼야 직장 이동 걱정이 없어지고 돌봄 대상인 어르신에게 정성을 쏟는 존엄케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늘리거나 고용안정 내용을 넣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60세 정년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며 “단기적이면서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복지부가 코로나19 재난기간만이라도 해고를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년마다 실시하는 장기요양기관 평가에 노동자 고용안정 조항을 넣는 방안도 제안했다. 복지부가 2018년 발표한 ‘2차(2018~2022년)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에서 2회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은 영업을 할 수 없다.

전 지부장은 “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이 일터에서 얼마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등을 기관평가에 도입한다면 요양보호사 숙련도 평가가 가능해지고 고용불안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용안정은 돌봄노동자와 수혜자 간 신뢰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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