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1노총 지위 회복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개선.”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동호(56)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이 총장이 지난해 한국노총 선거에 출마하면서 다짐했던 말들이다. 당선 첫 해는 정신없이 흘렀다. 한국노총 업무를 파악하고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새 집행부의 사업계획을 확정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휩쓸었다. 누구도 본 적 없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매일같이 이어졌다. 그래도 한국노총은 변함없이 할 일을 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는 가장 큰 변수다.

한국노총 사무총장이면서 우정노조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우정노조 임원선거에 다시 도전장을 낸다. 우정노조는 설립 62년 만에 다음달에 첫 직선제를 치른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만났다.

“ILO 기본협약 비준안 처리, 2월 넘기면 ‘대국민 사기극’”

- 지난해 1월 당선 이후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너무 빨리 시간이 흘렀다. 공약도 지키고 싶었고 한국노총 현안도 해결하려다 보니 정신없이 지난 것 같다. 1노총 지위를 되찾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품을 수 있는 전국연대노조가 출범했다. 최근 광역단체 공무원노조인 광역연맹이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올해도 그런 사업들이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회의며, 행사며, 투쟁사업장 방문이며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줄었다. 아쉬움이 많다.”

- 최우선 과제로 200만 한국노총 조직화를 꼽았는데.
“두 개 축이 있다. 노조는 있지만 현재 상급단체가 없는 조직들과 통합하는 방안, 그리고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안이다. 첫째는 광역연맹이 최근 가입하면서 조금씩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둘째는 특수고용·플랫폼·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다. 노동환경이나 업무특성상 조직화가 대단히 어렵다. 기존 노조 체계와 사업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유연한 틀과 운영구조를 병행해야 한다. 공제회나 준노조방식 같은 새로운 조직화 경로를 그리고 있다.”

-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정부나 국회가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동의안도 통과됐어야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2월 국회에서도 미뤄진다면 이건 정부의 사기극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외통위가 18일 전체회의, 19일 법안소위 일정을 잡았다고 들었다. 반드시 ILO 협약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 경사노위로 이관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타임오프 집중 논의해야”

- 근로시간면제 제도 관련 내용도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이관하고 법 시행 이전이라도 제도 개선을 위한 제반 조치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요즘 경사노위 활동이 안 보인다.
“경사노위가 삐걱대는 것은 맞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을 둘러싸고 경총이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설 명절이 끝나면 조만간 만나서 서로 요구하는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할 예정이다. 상급단체 파견 전임자의 타임오프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생각이다.”

- 근면위에 직접 참여할 생각인가.
“(한국노총)내부에서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기간과 겹치는 점 등 고려할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 그래도 역할을 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조합원수, 조합원의 지역별 분포, 상급단체에서의 활동 등 실질적 노조활동 실태를 고려해 타임오프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

“노동존중 마인드 확실한 대선후보 필요해”

-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가량 남았다. 이달 말 열리는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을 정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안다.
“대선방침은 하반기 임시대의원대회를 한 번 더 열어 정하기로 중앙정치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았다. 대선까지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후보나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중앙정치위에서 방향을 잡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우리 생각에 비하면 미흡한 게 사실이다. 노동을 존중하는 마인드가 분명한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 정당보다 후보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물론 당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후보자 역량이 더 중요하다.”

- 지금 거론되는 여러 대선 후보들 중에 있나.
“현재로서는 야당쪽에서는 그런 후보가 잘 안 보인다. 여당에서는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이는데…. 물론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떠나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 이달 24일과 25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연다. 10년 넘게 동결한 의무금을 인상하는 안건이 눈길을 끈다.
“의무금을 11년간 동결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한국노총회관) 임대료를 10~50%까지 감액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국노총 중앙교육원도 코로나19로 운영이 안 됐다.

조직 확대를 위한 활동가 채용이라는 공약 사항을 지키려면 현재 예산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산별대표자 회의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되, 의무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무금을 인상하면 우선 활동가를 채용해 조직 확대에 전력을 다하겠다. 의무금 인상이 적용되는 시기는 내년 1월부터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우정노조 위원장 ‘겸직 시너지’

- 현재 우정노조 위원장과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겸직하고 있다.
“역할 비중을 놓고 보면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80%를, 우정노조 위원장으로 20%를 일한다고 생각한다. 20%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사무총장을 겸직하면서 얻은 시너지 때문에 200%의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정노동자의 과중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려면 국회나 정부처럼 대외적으로 해결할 일들이 많다. 한국노총 사무총장이기 때문에 수시로 소통할 공간이 생긴다. 빠르게 전달하고 협조도 수월하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실제로 3년 전보다 우정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줄고 많은 제도 개선이 있었다. (한국노총과 우정노조 중) 어디에서 일을 더 많이 하느냐 하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 집배노동자 과로사에 이어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같이 해결할 부분은 없을까.
“물량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설 명절이라 계속 늘어난다. 물량이 늘면 인력도 늘어야 한다. 우정노조는 집배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증원을 요구했고, 소포 내실화와 집배시스템 변화로 노동강도를 떨어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교섭했다. 그 성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분류작업 인력 증원이다. 하지만 대기업 택배회사들은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대리점을 두고 고용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사실 명절마다 ‘택배 파업’ 이슈가 등장하니까 집배노동자들은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물량이 많은데 택배까지 파업하면 감당할 수가 없다. 이익을 챙기는 대기업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니 그 부담이 노노 간 갈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우정노조 선거가 다음달 실시된다. 62년 만에 처음으로 직선제를 앞두고 있는데 출마할 생각인가.
“현 집행부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많이 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역과 지부에서 이런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며 출마를 권하고 있다. 우정노조를 위해 더 일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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