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 중 회사의 물적분할이나 영업양도 등으로 원청(사용사업주)이 바뀌더라도 파견근로 시작일부터 근무일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1민사부(재판장 윤승은)는 KB국민카드 임원 운전기사로 일한 김아무개씨와 채아무개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인용해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KB국민카드는 김씨와 채씨에게 2억5천276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판결은 파견근로 사용사업주에게도 고용승계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용사업주가 바뀌더라도 같은 업무를 지속해서 했다면 파견근로 기간을 폭넓게 인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씨와 채씨는 KB국민은행과 차량운전 용역계약을 맺은 텐덤코리아㈜ 소속으로 같은해 2월21일부터 설립 예정이던 KB국민카드 임원 내정자의 운전기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해 3월2일 KB국민카드 설립 이후에도 해당 임원의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KB국민카드는 이들의 파견근로 기간이 2년에 임박하자 하루 전인 2월28일 계약을 해지했다. 부당함을 느낀 이들은 2017년 최초 파견근로 시작일인 2011년 2월21일 이후 근로기간이 2년을 넘어 직접고용 대상임에도 KB국민카드가 계약을 해지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김씨와 채씨는 KB국민카드 분할 전 회사인 KB국민은행에 고용돼 당시 KB국민카드 임원으로 내정된 간부의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분할 뒤인 2011년 3월2일부터 2013년 2월28일까지 KB국민카드 소속 노동자로 종전과 같이 임원 운전기사로 근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KB국민카드는 KB국민은행에서 분할된 회사로 분할계획서에 따라 김씨와 채씨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승계했으므로 김씨와 채씨가 파견근로를 한 기간은 2011년 2월11일부터 2013년 2월28일까지로 2년을 초과한다”고 판시했다.

노동자 소송을 대리한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는 “계약해지된 2013년부터 지금까지 7년의 손해배상을 모두 인정받았다”며 “사용사업주 변경시에도 파견근로 기간은 최초 근로시점부터 기산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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