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현장감독은 느슨해지고, 기업 자율에 맡긴 산재예방 활동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임기 내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정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 국정목표 달성 희박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882명으로 2019년(855명)보다 27명 늘었다.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51.9%)은 건설업에서 나왔다. 38명의 노동자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4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재 사고사망자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산재예방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 국정목표는 임기 내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천명 안팎으로 발생하는 산재사망 건수를 임기 내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969명이던 사망자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500명대로 줄인다는 얘기다. 근로감독관 증원과 패트롤 불시점검 등을 통해 2019년 855명까지 낮췄지만 지난해 다시 튀어 올랐다.

이재갑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사망사고를 감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2019년에는 현장 중심의 불시점검 감독을 집중 추진하면서 일정한 성과도 도출했다”며 “그러나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현장점검 감독이 많이 미진했던 문제가 있어서 목표만큼 사망사고를 감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개입 없이 기업 자율에 맡겨놓으면 산재예방 효과는 적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산업활동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사망자가 늘었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 건설업·제조업 감독 강화

정부는 남은 임기 2년 동안 최대한 산재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각 사업장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지도하고, 건설업·제조업을 중심으로 점검·감독을 한다. 건설현장은 외벽작업,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등 위험작업을 하는 시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적시에 점검·감독한다. 이를 위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나 착공신고 정보, 민간산재예방기관의 기술지도 정보 등을 통합해 건설현장을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난해 108대에서 올해 404대로 늘린 순찰차를 통한 순시 점검도 건설업·제조업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벌인다.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1명 이상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위한 준비도 본격화한다. 이 법은 내년에야 시행하기 때문에 올해는 기업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5명 미만 사업장은 적용에서 제외되는 데다가, 50명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3년 동안 적용이 유예된다. 이 같은 공백은 기존 산업안전보건 체계로 메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50명 미만 중소사업장이 안전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밀착형 컨설팅을 한다. 사업장 위험기계를 교체할 때 개선비용을 지원하는 안전투자혁신사업도 올해 처음 시행한다. 이때 5명 미만 사업장을 최우선 지원대상으로 삼는다.

산재통계 형태별 원인 분석, 반기별 공개
당정 가칭 산업안전보건본부 신설 논의 착수

정부의 산재예방 체계도 정비한다. 산재통계를 예방활동·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을 구체화한다. 이를테면 건설업에서 공사 종류·공정별로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재해형태별로 사고 발생 요인을 분석해 점검·감독에 반영한다. 제조업도 지역이나 업종·규모·발생형태별 사망사고 원인을 분석한다. 올해부터 사망사고 분석결과와 감독현황, 위반사업장 사례, 정부 재정지원 현황을 반기별로 공개한다.

이날 대책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은 산업안전행정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산업안전감독관 증원과 건설산재를 전담할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애초 노동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합의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 먼저 현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실 규모로 확대하고, 이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유사한 형태인 산업안전보건본부를 만든 뒤, 종국에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로 나아가는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건설산재 전담조직 구성을 위한 부처 간 논의는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나서고서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여당이 산재예방정책국을 최소한 본부 단위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확대 규모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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