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일터에서 사고와 직업병을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다 현장 적용이 가능한 살아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별 재해예방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업체에 교육을 위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사업장 안전보건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시 2017-15호에 따라서 사업장 정기안전교육과 관련해서 현장교육을 3조(교육방법)에 추가하면서 작업 전·후 조회시간을 안전교육으로 갈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 안전교육은 더욱더 퇴보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교육은 산업체의 생산시설 또는 근무장소에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위험예지훈련을 포함해 작업 전·후 실시하는 단시간 안전보건교육까지 포함한다.

안전교육의 핵심은 유해성·작업매뉴얼 같은 해당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다. 이와함께 안전은 사업주와 국가의 책무이며,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 완화로 인해 사업장 안전교육은 하나마나한 것으로 전락했다. 사업장 안전·보건은 부차적이라는 인식이 켜켜이 쌓이게 됐다.

코로나19로 바뀐 안전교육

최근 충주의 모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을 시행하면서 근무시간에 서류만 현장노동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이것이 안전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둔갑했다. 이에 해당 사업장(복수노조 사업장)의 금속노조 지회장은 노동부 충주지청에 안전교육과 관련해서 질의를 했다. 감독관은 2020년 코로나19 관련 안전교육 조치사항과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노동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금번 감염병 재난상황 해제시까지 정기교육 실시 방법을 전 직원 집체교육보다는 가급적 소규모 단위로 교육하는 것’을 권장했다. 특히 안전보건교육 우수사례로 든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TBM을 이용한 작업 전 10분 이내 안전보건교육 △안전보건공단 위기탈출 안전보건앱을 이용 TBM 실시 △10~15명 부서 단위로 카톡방 개설 후 매일 아침 교육자료 게시 △관리감독자가 교육자료 내용의 주지(숙지)여부를 확인해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 맨투맨 교육을 하는 것을 우수사례로 열거했다. 해당 사업장과 노동부 감독관은 서류만 주는 것으로 안전교육이 가능하다는 해석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서명만 남는 안전보건교육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피해 노동자가 해당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 서명만 받는 관행이다. 이 때문에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일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안전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해당 작업에 대해서 작업중지권(거부)을 사용하고, 설비 등에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도록 사업주에게 요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안전교육을 완화한 노동부가 사업장 감독에서 가장 많이 법 위반으로 지적하는 것이 법정안전교육(취업시 안전교육 2시간, 정기안전교육 분기별 6시간 이상, 작업내용 변경시 2시간 이상, 특별교육 16시간 이상)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 실제보다는 서명만 중요한 것이 됐다.

산재예방 첫 걸음, 기초부터 다져야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과 각종 규정과 지침이 만들어지고 개정됐다. 최근에는 일터와 사회에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 제정운동이 진행됐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기업’을 빼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제정했다. 그 많은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산재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를 뒤돌아 봐야 한다. 그중 하나가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은 노동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윤이나 다른 것에 우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토대로서 안전·보건교육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