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부족한 점은 있지만 산업안전 진일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사상 최초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신년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된 시간인 100분을 훌쩍 넘겨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반영해 기자들은 현장 20명과 화상 100명으로 나눠 참여했다.

“ILO 기본협약 비준안 처리 중, 노사관계 발전 기여”

문 대통령은 이날 재벌개혁 의지를 묻는 질문에 “공정경제 3법 통과로 공정경제에 관한 법·제도적 개혁은 대체로 마무리됐다”며 “기업지배구조 민주화나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제, 민주주의 진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그는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동관계 3법이 통과됐다”며 “이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LO 기본협약) 비준안이 국회에서 처리 중에 있다”며 “이를 통해 노사관계도 균형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ILO 기본협약 관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3개 기본협약 비준동의안이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이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에 대해서는 보완입법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재벌(개혁)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일하다가 죽는 사회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대기업이 하청을 통해 위험을 외주화하고, 외주화한 위험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일이 되풀이돼 국민을 아프게 하는 중대재해가 계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노동계는 부족하다고, 경영계는 큰 압박이 된다며 서로 불만을 표한다”면서도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행해 가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장 안전도 진일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K-양극화 재정만으로 역부족, 이익공유제 긍정적”

코로나19로 인한 경제·고용 양극화 해법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익공유제에는 긍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도화가 아닌 자발적 참여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3차에 걸친 재난지원금과 고용유지지원금·소상공인 부담완화 지원을 위해 4차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면서도 “재정의 역할만으로 K-양극화를 다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에서 돈을 더 버는 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고용 취약계층을 돕는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며 “그것을 제도화해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선례까지 제시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공공기관과 함께 피해를 보는 농업·수산·축산 분야를 돕는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와 실물경제 간 격차 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거시경제 지표가 좋다는 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국민 삶과 고용이 회복되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코로나 격차와 불평등 극복을 위한 포용적 회복을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공감 없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국민통합 해쳐”

이번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입을 열 것인지가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두 전임 대통령의 수감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면의 대전제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이 공감하지 않으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와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에서 했던 싱가포르 선언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선언”이라며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구체적 방안을 이루는 대화와 협상을 해 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결정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지난해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61만 세대가 늘어났다”며 “연유는 분석해 봐야 하지만 이렇게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예측했던 공급물량에 대한 수요를 초과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의 투기억제 기조는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방안을 만들어 설 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수도권에서 공공재개발 등을 통한 공급확대로 주거안정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이번 ‘대통령의 소통’을 둘러싼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이제라도 국민통합, 야당과 소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집권 후반기에는 때를 놓친 대통령의 등장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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