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자 지역교육복지센터 사회복지사가 취약계층 학생에게 방역물품과 학습에 필요한 교재가 담긴 꾸러미를 전달하는 모습. <서대문교육복지센터 공식 블로그>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전국 학교가 멈춰 섰다. 사상 초유의 개학 지연 사태에도 취약계층 학생은 돌봄이 필요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찾아가는 긴급교육복지서비스인 ‘쌤들이 간다, 토닥토닥 쌤카’를 고안했다. 취약계층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마스크와 손소독제, 도서·교재·교구가 담긴 꾸러미를 전달하는 사업이다. 꾸러미를 배송한 이들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지역교육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다. 경제적·문화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과 만나 필요한 지원책을 찾고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그룹 활동·멘토링·심리검사 및 치료 같은 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직접 제공한다.

지역사회 교육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노동자들 고용은 불안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센터는 서울시교육청과 3년 단위 위탁계약을 맺는 비영리 민간단체·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고 사회복지사들은 이들 민간업체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는다. 11일 복수의 지역교육복지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센터는 고용하는 사회복지사를 법정 저소득층 학생수로 결정한다. 법정 저소득층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법정차상위대상자 등을 가리킨다. 서울시 5개 자치구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지역교육복지센터는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확대 운영되고 있다. 1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숙련 인력 5명 중 4명 떠나”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 때는 2019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그해 5명으로 운영되던 A교육복지센터에 법정 저소득층 학생수(2018년 7월 기준)가 3천500명 미만으로 줄었다는 이유를 들어 4명으로 운영하겠다고 통보했다. 5명 중 한 명이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만둘 사람을 뽑기 위해 센터 운영단체는 개별 면담을 하고는 공개채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센터 사회복지사들은 동료 한 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을 칠 수 없다며 4명이 시험을 거부하고 퇴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수 상위 4개 지역교육센터에서는 5명 구조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4명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당시 과정을 지켜보고, 사례로 접했던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B교육복지센터에서 5년째 일하는 사회복지사 김정희(가명)씨는 “사건이 불거진 뒤로 이 일을 오래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몇 년 동안 근무했던 인력을 구조 변경을 이유로 내보내면 센터 발전에도 발목을 잡는 행위가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소득층) 지원 학생수를 파악했는데 엄청 늘거나 줄어든 구가 있지 않았다”며 “(올해도 인원) 변동이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센터) 인원을 줄였다 늘렸다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인원수도 5인으로 맞춰 나가려고 계획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C교육복지센터에 일하는 윤정호(가명)씨는 “학생수가 큰 폭으로 변화하면 인원 변경이 있을까 우려된다”며 “저소득층 학생이 줄든 늘든 고용인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기근속자 많으면 시간외근무수당 줄어”

불합리한 임금 문제도 발생한다. 윤정호씨는 “최근 D교육복지센터의 경우 5~7년 장기근속자가 많다 보니 올해 시간외근무수당을 0원으로 잡았다”며 “총예산에서 인건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다 보니, 근속수당 비중이 높은 센터는 초과근무수당을 깎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10년 넘게 지역교육복지 사업에 몸담았다는 최정민(가명)씨는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못하면 대체휴가라도 지급해야 하는데, 대체휴가 지급도 한계가 있다 보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실제 ‘2020년도 지역교육복지센터 운영 계획’에 따르면 매년 교육청이 센터에 지급한 예산 중 인건비는 71%(4인 구조) 혹은 76.5%(5인 구조)까지 사용 가능하다. 연차가 높은 노동자가 많든 적든 동일한 인건비가 책정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다.

최정민씨는 “시스템이 불안정하니 이직이 너무 많고 1년 단위로 사람이 바뀌다 보니 사업이 분절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돌봄이 문제가 되자 지역교육복지센터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나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조식·중식·석식을 다 챙겨 가며 공공기관 역할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근속수당 탓에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문제에 관해 묻자 “장기근속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그런 센터는 극히 일부”라면서도 “올해 예산은 0.5% 증액했고, 4개 중점센터 중심으로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