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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매일매일이 전투예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우(51)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가 반입물품과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22일부터 단식농성을 이어 온 김씨는 “허기와 추위보다 경찰의 태도와 청와대의 무관심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를 비롯해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송경동 시인, 서영섭 신부,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시작한 단식농성을 해를 넘겨 이날로 21일째 이어 오고 있다. 함께 단식을 시작했던 박승렬 목사와 한경아 새세상을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는 건강상태 악화로 단식을 중단한 상태다. <매일노동뉴스>가 20일 넘게 단식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11일 오후 청와대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피켓 세워 바람 막고 박스로 바닥 냉기 버텨
“정부 보여주기식 대응만 해 답답”

청와대 분수대 앞에 마련된 농성장은 피켓과 우드록(스티로폼을 가공해 나무처럼 만든 판재)을 겹겹이 쌓아 벽을 세우고 바닥에 깔개와 박스, 담요를 깔아 둔 게 전부다. 인천교구에서 단식을 하는 서영섭 신부를 제외하고 4명의 단식 참여자들은 북극한파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에서도 이렇게 추위를 견뎌 낸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핫팩으로 막고 칼바람을 피해 피켓과 우드록으로 세운 벽에 의존한 채 한댓잠을 돌아가며 잤다. 청와대 앞은 집회·시위 금지구역이면서 경호구역이기 때문에 천막 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지난 6일부터 청와대에서 ‘한파임시대피소’ 명목으로 차량 1대를 분수대 근처에 세워두고 이용하길 권유했다고 단식 참여자들은 전했다. 하지만 공회전 소음으로 인한 고통만 가중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단식에 나서게 된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보여주기식 대응만 하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단식 참여자들은 정부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달 28일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농성장을 찾아 단식농성자들과 면담한 뒤로 추가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당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꾸려진 ‘노동자 김진숙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한 노동시민종교인 연석회의’는 4일 문재인 대통령,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원내대표 면담을 공문을 통해 요청했지만 면담이 성사된 곳은 정의당뿐이다.

한진중 매각 반대 … “구조조정 이어질 것”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 계속

한진중공업 매각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매각 중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된 이후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시민단체가 매각 중단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부건설이 경영정상화 대신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리고 한진중공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소를 폐쇄한 뒤 조선소 부지를 개발해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조선소 노동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부건설컨소시엄은 입찰에서 ‘조선업·고용유지의무기간 3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홍형 수석부지부장은 “3년이 지나면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 포함 3천명가량의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의 중형조선소 산업재편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단식농성자들은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을 이어 나간다. 지난 10일 단식 20일차를 맞아 작가들이 그린 김진숙 지도위원과 단식농성장 등 그림을 모아 ‘청와대 극한 미술관 개관식’을 열고 전시를 진행했다. 11일부터 17일까지는 ‘평화의춤’ ‘시를 읽는 오후 2시’ ‘타로가 있는 이야기마당’ 등 문화마당이 열린다. 지난달 23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매일 1천배를 하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연대의 에너지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을 하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10일 경북 신동역에서 출발해 칠곡역에 도착했다. 12일 칠곡역에서 다시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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