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법무부에 임금교섭을 요구하던 법무부 노동자들이 지난달 31일 천막을 걷었다. 지난해 11월30일부터 실시했던 노숙농성을 접은 것이지만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법무부노조(위원장 한완희)는 농성을 중단하던 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고소했다. 소장에는 임금교섭 회피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와 직무유기를 적었다. 사용자로서 노동자와 성실하게 교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공무직 인건비 예산 21억원을 불용예산으로 남겼다. 공무직에게 주라는 돈을 임금교섭조차 마다한 채 쥐고 있다가 다시 창고에 집어넣은 셈이다. 법무부는 앞서도 90여억원에 달하는 공무직 인건비를 지난 5년간 남겨왔다. 한완희 위원장은 “공무직 처우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노동자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것이 사법부인데, 그 사법부마저 공무직 노동자를 차별하고 박해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법무부노조에 따르면 이곳 노동자들은 피복비를 포함한 수당도 차별을 받고 있다. 노조가 생기기 전인 2019년까지 법무부 공무직 노동자는 피복비를 아예 받지 못해 법무부 공무원이 입던 옷을 얻어 입거나 공무원에게 피복 신청을 부탁해 현금으로 교환했다. 한 위원장은 “그나마 노조가 생겨서 피복비를 받게 됐지만 여전히 공무원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은 공무직 노동자를 공공기관의 ‘2등 직원’으로 차별의 낙인을 찍고 있다.

정년보장했지만 ‘임금 차별’은 심화

공무직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48만명으로 추산한다. 공공기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근로자 등을 합한 수치다. 앞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정년을 보장한 공무직 형태로 전환했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임금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책정한다. 국회는 지난달 3일 공무직 인건비 관련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2021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개선의지는 없었다. 차별 문제는 여전히 공무직 노동자가 제 손으로 해결하는 상황이다.

남양주시 산하 남양주도시공사는 지난달 29일 공무직 노동자로 구성한 한울타리공공노조 남양주도시공사지부(위원장 김수진)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2019년 10월 교섭을 시작한 지 1년4개월만의 성과다.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남녀평등과 모성보호 조항 등을 담았다. 김수진 위원장은 “세밑에 성과를 내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곳도 단협체결이 순탄치 않았다. 공무직 노동자가 노조를 꾸려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획득하고, 체결까지 이끄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노조 만들어 대표교섭해도 “공무직이 왜…”

가장 큰 어려움은 기관 내 차별어린 시선이었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노조 활동이 또 다른 차별로 다가왔다. 지부는 모든 노동자가 가입할 수 있는 노조를 지향했지만 공무직 노동자를 위한 노조라는 시선에 갇혔다. 대표교섭노조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논의할 때는 “너희가 그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는 인식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정규직에게도 유사한 시선을 받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뿌리박힌 공무직에 대한 차별이 이들의 정년을 보장했다고 해서 개선될 리는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갖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관행이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무직의 임금은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해가 갈수록 정규직과 임금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정부가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약속한 것조차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직무와 관련 없는 수당에 차별을 두지 않고 우선 명절휴가비와 급식비·복지포인트 3개 복리후생수당은 차별 없이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지 못하거나 여전히 정규직과 차별을 받는 공무직이 부지기수다. 정부는 “공무직 급식비를 현행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1만원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비뚤어진 공정성 논란’ 여전

정부가 실질적인 개선에 인색한 사이 공무직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이 오는 3월 방과후교실 단시간 노동자 340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특혜시비 논란이 일었다. ‘방과후코디’라는 이름으로 일하던 단시간 노동자를 상시전일제로 전환해 방과후교실 전담인력으로 배치하는 게 뼈대지만 무시험 채용이라는 절차가 문제가 됐다. 교육공무직 채용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의 일자리를 불공정하게 빼앗았다는 논리다.

공무직의 법적 신분 보장도 급한 과제다. 노동계는 공무직 관련 근거법을 제정해 공무직의 정의와 임금에 관련한 사항, 그리고 노동환경 등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영훈 공공연맹 조직처장은 “공무직을 2등 직원으로 낙인찍는 게 아니라 공무원과 다른 공공기관의 노동자 직군으로 정의 내리고 사업비 방식으로 인건비를 책정하는 지금 방식을 탈피해 정확한 예산배정을 하도록 법률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민간인 노동자라는, 공무원과 다른 성격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인식과 임금 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제를 어깨에 짊어진 국무총리 산하 공무직위원회는 오는 13일 재개를 앞뒀다. 기획재정부도 이번에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직위원회 기획단 관계자는 “전체 공공기관 공무직에 대한 종합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논의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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