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문화·예술 분야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정소희 기자>

방송사 보도국 작가 상당수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정규직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작가 대부분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다. 방송작가들은 고용노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보도국 작가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노동환경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주 5일·주 40시간 근무, 사실상 상근해도 개인 PC는 미지급”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지부장 원진주)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조합원·비조합원을 포함한 전국의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9%가 주 5일 방송사에 출근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다는 응답은 93.5%였다. 자유롭게 출퇴근한다는 대답은 6.5%뿐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인 49%는 주 40시간 이상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을 작가가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답변은 7.3%에 그쳤다. 제작 관행(37.4%)에 따르거나 사측과 작가의 협의(26%), 사측의 일방적 통보(24.4%)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정했다.

기자·PD·CP·앵커·데스크·팀장·부장을 비롯한 회사 정규직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다는 응답도 89.4%였다. 지각·조퇴·결근을 할 때도 85.3%가 회사 정규직에게 허락을 받는다고 했다. 작가 고유업무인 ‘출연자 섭외 및 원고작성’ 외에 수행한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항목(복수 응답)에는 장소안내·음료제공 등 출연자 의전(72.4%), 프로그램 제작 위한 협조공문 작성(62.6%), 출연자 출연료 정산·주차관리(51.2%)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부는 “보도국 프로그램 제작이나 행정까지도 작가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콘텐츠를 관리하는 방송사 내부 프로그램인 보도정보시스템을 사용하는 응답자도 10명 중 7명(76.4%)이었다. 보도정보시스템 아이디가 있는 경우도 절반 이상(52%)이었다. 지부는 “프리랜서라고 분류하면서도 사내 업무망에 접근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 내 업무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2.9%가 ‘정규직과 동일장소 내 지정된 자리’에서 일한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83%였다.
 

 

“비정규직 보도하면서 보도국 작가 부품처럼 사용”

작가들은 대부분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표준집필계약서(39%)나 업무위탁계약서(32%) 같은 계약서를 작성했다. 보수는 일급으로 계산해 월 단위로 정산받거나(44.5%) 주급으로 계산해 월 단위로 정산받는(21.1%) 경우가 많았다. 고정된 월급을 받는 경우는 8.9%에 그쳤다. 방송사에서 개인 PC를 지급하는 경우는 10명 중 4명(37.4%)도 채 되지 않았다. 지부는 “상근은 시키되 PC는 지급하지 않는 불합리한 노동조건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보도국 작가는 방송작가 중에서도 노동자성이 가장 높다”며 “방송사들이 보도국 내에서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작가들을 프리랜서로 위장 채용해 이들의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도국 작가들은 예술인으로도,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증언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MBC 보도국 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보도 분야는 예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원진주 지부장은 “보도국 작가들이 예술인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니라면 도대체 정체가 뭐란 말이냐”며 “방송사는 뉴스에서는 노동·비정규직 문제를 연일 보도하면서 정작 보도국 작가들은 부품처럼 사용하고 함부로 해고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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