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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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태움 문화와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병원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4단독(판사 김유진)은 박선욱 간호사의 유가족이 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24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이 고 박선욱 간호사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울아산병원은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그 업무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박선욱 간호사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우울증세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으며 병원은 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지 6개월 만인 2018년 2월15일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2017년 9월4일부터 11주간의 교육을 받고 2명의 환자를 배정받아 일하다가 이후 3명의 환자를 담당하게 됐다. 간호사들에 따르면 숙련된 간호사도 3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것은 부담이다. 박 간호사는 2018년 2월13일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사망하자 이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생전에 “일을 따라가고 환자에게 시간 분배하는 것이 힘들다”고 동료에게 호소했다.

유족을 대리한 조아라 변호사(법무법인 훈민)는 “신입 간호사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해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병원의 보호의무 미비로 인정했다”며 “간호사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가 전담되는 경우가 많은 다른 병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다만 이 사건이 태움으로 촉발했음에도 태움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에 공적 사과를 요구했다. 공대위는 “병원은 고인의 사망을 개인 탓으로만 돌리고 수차례 요청했던 면담에도 응하고 있지 않다”며 “더 늦지 않게 고인과 유가족, 그리고 이 문제를 지켜보는 수많은 간호사와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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