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22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병동 간호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의료연대본부>

“내년 1월까지 직원식당 자리에 코로나 중환자실 30병상을 만들어요. 여기에 들어가는 인력은 일반병동 근무자들 중에서 빼 와요.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는 데는 사람도, 교육도 많이 필요합니다. 병동근무하는 사람들을 빼니 병동은 병동대로 공백이 발생하죠. 중환자 돌봄에 정부는 최소 4주에서 8주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는데, 여기는 2주 정도 남은 상태에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죠. 간호사가 없어 병상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2일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부분회장이 전한 서울대병원의 현재 상황이다.

서울 중환자 45% 치료 병원노동자들
“인력 채용해도 교육 부족해 효과 적어”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보라매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간호노동자들도 병원이 인력부족으로 병상 ‘돌려막기’를 하거나 노동자들의 연장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병원은 서울의 코로나19 중환자 45%를 치료하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이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이 코로나병동과 일반병동을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다. 간호사가 그날 병동 인력수요에 따라 하루는 코로나병동에서, 하루는 일반병동에서 근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근무가 간호사에 의한 코로나19 확진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한 간호사가 코로나병동에서 이틀간 근무하다 일반병동에 사흘을 근무했다. 그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 간호사와 접촉한 일반병동 환자 중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일반병동 환자는 입원하러 오는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보라매병원측은 “역학조사 결과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존 인력을 더 짜내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30병상 규모의 모듈형 음압격리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경력직 간호인력 긴급 채용도 병행했다. 그런데 새로 뽑힌 인력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아 기존 인력이 더 시간을 내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급하게 뽑은 인원들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며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안 지부장은 “격리병동 인력에 대한 동선 관리, 병동 청소, 교대시 옷 갈아입기 등은 이제까진 없었던 일이라 업무에 많은 시간이 든다”며 “사람이 없으니 기존 인력이 두 세 시간 더 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 긴급 충원에도 “피부로 못 느껴”

정부도 현장 인력부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14일 필수노동자 지원대책에서 현장 의료인력 피로도 완화를 위해 15개 공공병원에 간호인력 557명을 긴급 충원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는 신규 간호사 등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전담하는 교육전담 간호사 지원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 양성교육 프로그램 수료생 388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오전 ‘중증환자 전담 간호사 양성교육 온라인 수료식’을 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시 중환자 급증에 대비해 전담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전국 종합병원 36곳이 긴급 참여해 추진됐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새로운 인력투입 효과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수경 지부장은 “정부가 방역에만 집중하다 보니 의료체계는 뒤로 미룬 것 아니냐”며 “인력수·병상수 같은 숫자놀음만 하지 말고 인력을 투입한 만큼 현장이 잘 돌아가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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