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장애인 노동자가 늘었다. 65세 이상 장애인 노동자와 비교해 15~64세 장애인 노동자의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도 증가하는 등 영향이 드러났다. 그간 코로나19로 장애인이 고용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예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장애인 노동자 자신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1일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는 장애인 취업자와 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외에도 비정규 노동자·불완전 취업자·구직단념자 등의 규모를 파악하는 조사다. 매년 1회 실시한다. 올해는 5월15일을 기준으로 등록장애인 8천259명에게 경제활동 참가 여부를 묻는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장애인 고용규모 유지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 급등

장애인 일자리는 양적으로 지난해 규모를 유지했다. 올해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256만2천873명 가운데 94만9천47명(37%)이 경제활동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취업자는 89만3천392명(34.9%)이다. 실업자는 5만5천654명(5.9%)으로 나타났다.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1만1천502명 늘었고, 실업자는 3천593명 줄었다.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다.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161만3천826명이다. 지난해 158만5천65명보다 2만8천761명 늘었다. 이는 2018~2019년 비활동경제인구가 1만2천919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규모다.

공단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이미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장애인 노동자가 아예 취업을 포기하면서 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회사를 관둔 노동자가 재취업 의사를 불태우기보다 구직활동을 멈추거나 구직의사를 철회하는 등 아예 경제활동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공단·정부 “고령층 빼고 전 연령 일자리 이탈 두드러져”

이런 영향은 특히 15~64세 노동자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실제 15~64세 장애인 노동자의 고용지표는 65세 이상 장애인 노동자보다 나쁘다.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51.2%)과 고용률(48%)은 65세 이상 장애인 노동자의 경제활동참가율(22.9%)과 고용률(21.7%)보다 높다. 실업률도 15~64세 장애인 노동자(6.2%)가 65세 이상 장애인 노동자(5.1%)보다 높다. 15~64세 장애인 인구 128만3천445명과 65세 이상 장애인 인구 127만9천428명이 규모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창 일할 나이의 장애인 노동자가 더 많이 일자리를 잃고, 비경제황동인구로 편입됐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통계를 작성한 김호진 공단 고용개발원 조사통계팀 연구위원은 “15~64세 장애인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짐작되는 영향으로 일자리에서 이탈한 뒤, 적극적 구직활동도 어려워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 해석도 같다. 최해리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종합적인 통계치는 지난해와 유사하지만 15~64세 장애인 노동자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와 고용률 감소를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 영향이 고령층을 제외한 전 연령의 장애인 노동자에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올해 퇴사한 장애인 노동자 절반 “코로나19 때문” 응답

장애인 노동자 자신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공단이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함께 실시한 ‘코로나19가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에 미친 영향’ 조사를 보면 올해 퇴사를 경험한 장애인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4만1천168명 가운데 2만118명(48.8%)은 코로나19 확산이 퇴사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 채용 규모가 줄어들거나 채용계획이 없어지고(65%), 이력서 제출·구직응모 등 구직활동 자체가 어렵고(15.3%), 채용·입사 시험일정이 연기(7.9%)되는 등 취업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스스로 취·창업 일정을 연기하거나(4.8%) 취창업에 필요한 기술습득·학원수강·자격증 취득이 어려워졌다(7.1%)는 응답도 있다.

불안감도 크다. 장애인 임금노동자 62만1천42명 가운데 25만8천452명(41.6%)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이 불안해졌거나, 불안을 경험한 뒤 다시 회복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비임금 노동자는 이 비율이 60.1%(16만5천860명)로 더 컸다. 10만6천490명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을 위주로 장애인 고용을 창출하고, 민간의 고용유지를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올해 6월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면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없었던 제도를 고쳐 둘 다 받을 수 있게 열어놨다. 최해리 사무관은 “당장 민간의 고용여건이 하락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은 정부와 공공부문이 담당하려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장애인 고용유지 기관에 노동을 지원하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장애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중증장애인 출퇴근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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