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를 경징계한 회사 조치를 수긍할 수 없어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사측·가해자를 조사해 달라고 했더니 ‘(내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아느냐. (조만간 발령 나는데) 내 남은 임기를 조사를 하면서 보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노동자 A씨)

“임금체불·성희롱·부당해고까지 겪었어요. 성희롱 진정서부터 고용노동청에 넣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증거가 있느냐고 묻기에 증인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사람이 맞는 증언을 해 줄까?’라며 취하 얘기를 했고, 당시 믿을 곳은 감독관밖에 없어서 취하하겠다는 메시지를 (사측에) 보냈습니다.”(노동자 B씨)

20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근로감독관 갑질 제보 중 일부 내용이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근로감독관 갑질과 관련한 제보 159건을 분석해 ‘막말 상위 10건’을 추려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대처 방법을 묻는 민원을 제기하면 사용자에게 신고하는 등 먼저 사업장 자체 해결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안내한다. 회사가 해결절차를 밟지 않으면 피해자가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가 신고를 이유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면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근로감독관을 찾은 피해자는 사전에 여러 절차를 밟으며 심적 고통을 반복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제보자들은 자기편일 줄 알고 마주한 근로감독관에서 절망감·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직장내 갑질에 대해 “그 나이대 꼰대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증거가 없으니 종결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근로감독관 태도를 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고통을 겪다 직장갑질119를 찾았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근로감독관이 나오지 않도록 근로감독전담부서(근로감독청 신설) 설치와 근로감독관 증원, 근로감독의 불시 전환 같은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김유경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적지 않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노동청의 무성의한 조사와 근로감독관의 사용자 편들기, 막말 등으로 또 한 번 상처를 입고 있다”며 “인력충원을 포함한 노동행정 전반의 제도개선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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