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전산운용을 위한 유지관리 업체 용역입찰을 실시하면서 기존 노동자 절반을 물갈이하는 내용을 포함해 논란이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가중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공사쪽은 신규업체 진입을 위한 장치이고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공노련 희망노조 정보통신도로유지관리지부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공사쪽에 “입찰공고문에 기존 노동자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문구를 추가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4일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용역업체 변경과 무관하게 사업장에서 계속 일한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업체 노동자 50% 의무 투입” 기준 신설

갈등은 이달 초 공사가 입찰공고를 내면서 시작했다. 공사는 3일과 4일 지역본부의 고속도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유지관리용역 입찰공고를 하면서 평가기준인원 산정방식에 입찰업체의 노동자 절반을 반드시 포함하고, 이들의 고용을 6개월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용역업체가 바뀌면 이전 용역업체에 고용돼 일하던 노동자 절반은 더 이상 고용을 이어 갈 수 없는 셈이다.

앞서도 신규업체가 자사 노동자를 투입해 고용이 유지되지 않는 관행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아예 입찰공고에 신규업체 노동자 비율을 정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공사의 사업범위가 광역단위라는 점이다. ITS 업무는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등 영업 설비와 제한차량·네트워크 설비 등을 지역본부가 맡는다. 공사에는 수도권과 강원·충북·대전충남·광주전남·전북·경북·경남 등 8개 지역본부가 있다.

당초 한 지역에 머무는 노동자가 2년 단위 용역계약으로 바뀌는 용역업체에 새로 입사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지역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50%를 낙찰업체 노동자가 차지하면서 기존 노동자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일자리를 찾으려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역단위 관리 특성상 일자리 유지하려면 이주해야

지부 역시 이 문제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 지부는 실제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임금인상 없이 교통비와 식비 등이 올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등 가족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부 관계자는 이어 “지역을 옮겨 일하려고 해도 기존보다 열악한 처우에 합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사실상 사용자에게 고용을 구걸해야 하는 현실에 놓일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정태호 희망노조 위원장은 “공사의 용역입찰기준에 따라 용역업체를 선정하면 기존 용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일부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업무수행능력과 근무태도 등 업무 적격성과 관계없이 타 본부로 전근하거나 퇴직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만 한다”며 “공사의 기존 노동자 물갈이 계획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사 “노동부 컨설팅 결과 고용승계 의무 없다” 반박

공사는 입장이 다르다. 우선 공사는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사무 관련 3단계 컨설팅 결과 해당 업무는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00% 고용승계 보장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신규업체 노동자 50% 투입 기준도 신규업체의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편 용역입찰은 오는 28일 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일정대로 진행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새 용역업체가 현장에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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