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운 투쟁이었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2층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70여일 동안의 `길거리투쟁' 끝에 회사쪽과 협상을 마친 `아주레미콘 사태' 해결 축하모임이 열렸다.

강의원(49) 아주산업 운송기사협의회장 등 레미콘 기사들은 이 자리에서“참여연대 시민회원 여러분의 헌신적 도움은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 눈물겨운 가르침이었다”며 “평생 참여연대 회원으로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주 산업 레미콘 운송기사 120명 전원이 사실상의 해고인 `계약해지'를 당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지입제도'와 낮은 운반단가에 항의하는 스티커를 레미콘차량에 붙였다는 게 이유였다.

아주산업은 지난 88년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노동자들에게 레미콘 차량을 강제로 불하하며 운반횟수에 따라 도급료를 주는 1대1 계약을 강요했다.

회사로서는 중고차량을 수천만원에 팔아 수익을 챙기고 기름값, 보험료 등 관리비용을 떠넘기는 한편 노조를 와해시키는 1석3조의 탈출구였다.

반대로 운송기사들의 급여명세서에는 `0원'이 찍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를 당한 뒤 생존권 투쟁에 나선 이들은 외롭지 않았다.

많은 참여연대 시민회원들이 집회하는 법 등을 알려주거나 사이버 공간에 글을 띄우며 이들과 끝까지 함께 했던 것이다.

결국 아주산업 운송기사들은 3개월여의 투쟁 끝에 최근 회사로부터 △전원 복직△상조회 인정 △운송단가 현실화 등의 약속을 받아내는 소중한 승리를 일궈냈다.

안진걸(28)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이 넘치는 시민운동'이 가능함을 보여준 살아있는 교훈이었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이 회사를 사겠습니다.”

지난해 5월 완전월급제 시행을 거부하는 회사쪽에 맞서9개월간 파업농성을 벌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고려운수 노동조합(위원장정지구)이 회사 매입 자금으로 20억원을 모금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노조 간부는 “회사쪽이 파업중단 이후에도 지입제로 악명높은 매매브로커에게 회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노조가 회사를 사들이기로 했다”며 “지난 6월20일부터 조합원 100명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벌여 열흘만에 10억원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조합원마다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내놓았으며, 특히 개인택시를 사려던 10명의 조합원들은 거금 5천만원씩을 출자하기도 했다.

또 고려운수 노조의 모금운동 소식을 전해들은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산하15개 지부장과 330개 택시회사 노조원, 민주노총 관계자들도 지난달 말까지 10억원을 거둬 고려운수 노조쪽에 전달했다.

파업중단 이후에도 회사쪽의 사납금 인상과 임금 체불 등으로 진통을 겪고있는 고려운수 노조는 출자자들에게 금액에 따라 회사 지분과 권한을 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28억원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쪽은 “노조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인수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택시노조 강승규(43)위원장은 “회사쪽이 마땅한 근거도 없이 노조에는 팔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회사 발전에 노력과 희생을 아끼지 않은 조합원들의 지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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