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과거 유럽과 같은 지역협력체제를 빠른 속도로 구축하고 있어 앞으로 세계는 사상 최초로 미국. 유럽.동아시아의 3각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라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3각구도의 세계를 향한 동아시아의 지역주의"라는 제목의 미국 국제경제연구원(IIE)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국제금융에 관한 한 선진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신들이 질서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며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세계금융질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 10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지역협력체제인 이른바 `아세안+3'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가장 현저한 세계교역체제의 변화는 특히 단기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또는 유럽연합(EU) 확대판 등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며 대신 한국, 일본, 싱가포르 및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이 바쁘게 협상하고 있는 준지역적 무역협정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지역 국가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동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경제적 협력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미-유럽과 이들간의 3각구도가 돼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적인 경제관계 뿐만 아니라 정치적 관계도 이같은 새로운 협력체제가 택하는 방향에 따라 또 미국과 다른 외부지역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변할 것이라고 버그스텐 소장은 말했다.

그는 아세안+3가 특히 교역분야와는 달리 역외국가들에 대해 차별적이지 않은데다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분야의 협력체제 구축에서 이미 통화스와프를 발표하는 등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아시아 국가들은 교역분야의 협력체제 구축에도 적극 나서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일본이 한국, 싱가포르, 멕시코, 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중이며 이지역 제 2위의 경제규모인 한국도 뉴질랜드, 칠레, 일본 등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버그스텐 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 국가들은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와 기존의 호주. 뉴질랜드자유무역지대를 연결하는 방안을 협상중이며 한국, 중국, 일본도 3국간의 동북아자유무역지대를 연구중이라고 그는 전하고 어떤 형태가 되던 세계 교역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그스텐 소장은 동아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동아시아 금융위기 ▲WTO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교역자유화 진전 실패 ▲특히 유로화를 포함한 유럽통합의 긍정적 영향 ▲미국과 EU의 행태에 대한 우려 등 4가지가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움직임이 독일과 프랑스처럼 한때 치열하게 싸웠던 중국과 일본이 협력을 모색하는 등 유럽통합과 비슷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며 동아시아는 앞으로 세계구도에서 어떤 문제는 미국에 맞서 유럽과 동조하고 어떤 문제는 유럽에 맞서 미국과 동조하는 등 3각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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