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뤄진 노-정합의에 따라 합병 우선의 정부 구조조정 방향은 '선부실청산 후합병'으로 선회하게 됐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은행합병이라는 정부정책의 기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해 향후 합병 과정에서 인력 및 조직 감축과 관련한 노-정, 노-사의 마찰이 계속될 여지는 남아있다.

관치금융문제와 관련, 국무총리 훈령 또는 국무회의 결정사항으로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받은 부분은 특별법 제정까지는 얻어내지 못했지만, 노조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주도의 강제합병은 없다는 내용이 명문화된 점과 금융지주회사와 관련 공적자금 추가 투입 후 합병한다는 부분을 이끌어 낸 점은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금융지주회사제도 자체를 막지는 못했지만,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인력 및 조직감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분석이다.

그러나 노조 내에서는 고용과 관련,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얻어냈어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특히 2차 금융구조조정 추진과 관련해서는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등 정부의 기조가 대부분 유지되고 있는 데 이는 노조가 막판 힘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합의사항 2번에 있는 공적자금투입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 대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3번의 정부주도의 강제적 합병은 없다는 조항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으로 분석된다. 형식적으로는 시장원리로 가되 정부가 '모양새'만 갖춰 사실상 합병을 주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문서화되지는 않았으나 공적자금투입은행 가운데 조흥, 서울, 한빛은행의 처리와 관련 합병은 않는 것으로 노정간 교감이 이뤄진 반면, 파업 돌입 직후 파업불참으로 선회한 일부 은행들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초 요구사항이던 협동조합 신용부문 분리 철회 내용이 해당 노조의 파업불참 등으로 논의에서 제외된 점 등은 파업의 성과를 파업참여도가 높은 만큼 분배한다는 노조의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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