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노정 합의 직후 금융노조는 연세대에서 열린 해산집회에서 합의내용에 대해 간략한 브리핑을 했다. 합의를 이뤘으며 관치금융과 관련, 국무총리령으로 은행자율성을 보장하고. 조흥, 한빛, 서울은행을 합병하지 않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한다는 요지였는데, 12일 오전 합의내용 전문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금융노조
많은 것을 얻어내긴 했으나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식입장은 나오고 있지 않은 가운데 총파업의 파괴력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도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 관계자는 "언론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펴는 속에서도 그나마 결사항전을 결의한 대오가 있었기에 합의를 이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관치금융이라든가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폭넓은 논의구조가 마련됐다고 보고 앞으로 학계 등과 연계해 보다 정책을 강화해 정부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며 이같은 합의문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노총
한국노총(위원장 이남순)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금융총파업이 노정간 합의와 노사정위원회의 확인으로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고 합의사항 이행과 대타협 정신 존중을 위해 △노정간 성실한 약속 이행 △파업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고 조합원들에 불이익 금지 등을 촉구했다.
한 관계자는 "투쟁을 평가함에 있어서 투쟁의 성과 즉, 손에 잡히는 알맹이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관철했는가 하는 점이 평가돼야 한다"며 "다소 미진한 점도 있지만, 정부정책에 반발해 싸워 정부를 교섭당사자로 이끌어내는 등 노동운동을 질적으로 발전시킨 투쟁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산하 지부별 반응
이번 파업의 주력이 됐던 공적자금투입은행노조들은 공식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나,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울은행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도이체방크와의 제휴 등 우리 은행의 진로가 보다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사실을 호도해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식의 얘기를 펴고 있어, 일부 직원들이 당황해 하고 있으나, 크게 염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흥은행노조의 한 관계자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성과가 있는 부분도 있다. 표현이 좀 두리뭉실한 점이 아쉽지만, 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끝까지 파업을 주도한 이들 노조들은 합의문 공표 이후 조합원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외환은행노조의 한 관계자는 "명분은 세웠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그외 노조들은 좀더 후한 점수를 줬다. 국민은행노조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금융정책에 대해 노조가 한 곳으로 의지를 모아 싸웠다는 부분에 큰 의미를 둔다.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부산은행노조의 한 간부는 "지방은행과 관련된 부분이 추상적이어서 별도 합의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원들의 반응이 염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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