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 1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업종별위원회인 공공기관위원회 합의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에 공동 노력하기로 한 정부가 합의 이틀 전인 16일 국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범위를 제한하고, 도입 속도를 늦추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 회의록을 점검한 결과 소위에 출석한 기획재정부 간부들은 노동이사 도입 범위를 기타공공기관을 제외한 준정부기관·공기업 131곳으로 제한하고, 운영현황 파악 등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공공기관운영법, 기타공공기관엔 미적용?
코레일네트웍스나 국책금융기관도 제외


16일 열린 기재위 3차 경제재정소위 회의록을 보면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나 성공적 도입을 위해 어느 기관부터 도입할 것이냐(가 문제)”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근로자 참관제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운영현황 파악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공기관은 340곳이다. 공기업 36곳, 준정부기관 95곳, 기타공공기관 209곳이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은 이 가운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임원 임명 관련 규정을 적용한다. 자율적 책임을 강조한 기타공공기관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국회에 발의된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도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제외하면 도입 범위를 규정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이를 근거로 노동이사제 도입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노동이사제 도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최근 노사 갈등이 커진 코레일네트웍스㈜ 등도 제외다. 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산업은행·한국예탁결제원 같은 국책금융기관도 상당수 배제된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타공공기관도 다 포함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용범 차관은 “공공기관 성격에 더 충실한 기관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

“현재도 노동계 대표 의사 반영” 황당 주장

이사회 운영 방향도 이견을 드러냈다. 우해영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영미법계와 유럽법계가 차이가 있다”며 “유럽은 (이사회를) 감독과 경영으로 나눠서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검토의견에서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실이 했던 지적과 유사하다. 당시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유럽의 노동이사는 경영이사회가 아닌 감독이사회에 주로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우 국장은 “유럽계와 영미법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화한 체계를 빌미로 시간을 끌거나 이사회 이원화까지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날 기재부 간부들은 이미 공공기관운영법상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사를 공공기관 이사에 임명하고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우 국장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인사소위원회에서 이사를 임명할 때 노동자 또는 노동 관련 항목을 평가하는 내부 기준이 있느냐는 류성걸 경제재정소위 위원장의 질문에 “현행 절차상 노동 관련 인사 추천시 선임에 이를 반영하거나 선임하는 절차를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일영 의원이 “노동이사와 유사한 인사를 선발하는 지침이나 권고가 없지 않느냐”며 “기재부가 그간 노동이사 임명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규정을 갖고 있는지 제출하라”며 질타했지만 “노동을 대표하는 인사가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면 경로는 달라도 결과는 같다”고 답했다.

노동이사 도입하면 형평성 문제 생긴다는 야당
김태흠 의원 “공기업 노조 권리·후생복지 과하다”


야당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이른바 ‘노동개혁’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공기업 노조의 권리나 후생복지가 과하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50명 미만 노동자 보호와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은 “최근 노조의 권한이 상당히 커 노동자 인권 보호나 후생복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노동이사를 도입하면 형평성 문제가 될 수 있고 민간에도 영향을 확대해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이번 경사노위 공공기관위 합의로 이런 정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조 추천 방식의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력하기로 합의해 국회 논의에서 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차단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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