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플랫폼산업 종사자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한다. 플랫폼산업 중 구체적 업종을 특정해 실효성 있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조만간 본회의를 열고 업종별위원회인 플랫폼산업위원회를 발족한다. 플랫폼산업위는 퀵 서비스·배달서비스와 같은 이동서비스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돌봄노동(가사서비스) 문제를 논의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합의 일부 플랫폼 유형에 그쳐
“사례·업종별 종사자 보호 방안 논의해야”


경사노위가 플랫폼산업을 대화 의제로 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월 활동을 종료한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총론을 합의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IT·소프트웨어 종사자 표준계약 확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 사람 중심의 스마트공장 실현을 위한 합의를 끌어냈다. ‘디지털 플랫폼 노동 : 배달업종 분과위원회’ 라는 별도 분과위를 만들어 ‘배달노동 종사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했다. 2년의 활동 기간 중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지만 한계도 뚜렷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노동과 산업에서 많은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데에는 노사정이 의견을 모았지만, 실제 합의는 수많은 플랫폼 유형 중 일부 영역에만 그쳤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노동법으로 포괄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경영계가 반대한다는 사실도 대화 과정에서 보다 분명해졌다”며 “현재로서는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례별·업종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 노사정이 모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퀵·배달·가사노동자 보호방안 도출할 듯
“우선 논의 뒤 다른 업종으로 확산해야”


플랫폼산업위를 경사노위 업종별위원회로 두는 것은 구체적 성과를 내놓기 위해서다. 노사의 담론 싸움은 지양하고 종사자에게 도움을 줄 구체적 합의를 찾자는 의도로 읽힌다. 경사노위 차원에서 의견을 모은 업종은 이동서비스·가사서비스 2개 분야다.

퀵 서비스·배달서비스는 플랫폼 산업 확장이 불러온 명암을 가장 선명히 보여준다. 사용자 찾기는 쉽지 않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수입은 들쑥날쑥하고, 산업재해에 항상 노출돼 있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업체가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자는 노동법 밖에 있다. 근로기준법이 가사 사용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와 구두계약만으로 일하는 등 비공식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플랫폼을 통한 계약도 활발하다. 정부는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를 도입하고, 기관이 근기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사근로자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법이 통과하더라도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가사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사회적으로 보호받지도 못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휘·통제받는 가사노동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약 8만~9만명 정도라고 파악하고 있다. 고용·산재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방안과 노동조건 개선방안 도출이 플랫폼산업위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사노위에서 다양한 플랫폼 노동 영역을 모두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어 대화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고 시급히 필요한 이동플랫폼·가사서비스에서 사회적 보호 방안을 우선 논의한 뒤 다른 업종으로 확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사노위는 12월 중 본회의를 열고 플랫폼산업위 신설을 결정할 예정이다. 고령사회 대응, 기후변화와 노동, 국립대 노사관계를 의제로 한 연구회도 발족한다.

고령사회 대응 연구회는 고용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을 주제로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원회 신설을 검토한다. 노사정이 모두 공감한 기후변화와 노동 연구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업체계 개편과 일자리·고용형태 변화를 살핀다. 국공립대 노사관계 연구회에서는 조교를 포함한 대학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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