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30일 ILO 기본협약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포함해 관련 법안을 심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중심으로 한 정기국회 통과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면 보수야당은 부정적이다. 노동계도 “개악안”이라며 정부안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안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것일까. 노동계 주장처럼 “역대급 개악안”일까.

정부안 의미 있지만 일부 조항 ILO 기준 밑돌아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은 우리나라가 ILO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19년 1차 세계대전 직후 ILO가 설립했고, 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4년 ILO는 상설기구가 됐다. 세계대전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더욱 비참해진 노동자들의 인권을 도외시 하고서는 인류의 미래와 자본주의 체제를 지켜 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 혹은 세계대전과 비교되기도 한다. IL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은 노동인권의 가치와 이념이 특별히 재조명되고 주목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ILO 기본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노조법은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쟁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노조법 개정이 헌법 개정만큼이나 어렵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 개정안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의 개정안은 그간 주로 ILO로부터 지적됐던 점들을 수정해 노조법이 기본협약과 충돌되지 않도록 하면서 기업별 노조 중심의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실을 고려해 타협점을 찾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 개정안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현행 노조법 2조4호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그 단서에서는 해고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치 해고자는 일정 시기 이후에는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고자 역시 노조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개정안에서 노조법 2조4호 라목 단서를 삭제하는 것은 타당한 개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법 2조4호에서 이미 노조가입과 활동 주체는 근로자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굳이 2조4호 라목을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단서만 삭제하는 개정안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2조4호 라목이 노조 설립신고시 부정적으로 작용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둘째, 개정안은 노조의 임원자격을 규약으로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되, 기업별 노조의 임원·대의원 자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ILO는 노조 간부의 자격조건에 대한 결정은 노조 규약의 재량에 맡겨야 할 사항이며, 당국은 간섭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ILO는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게 비조합원의 노조 임원 자격을 부정하는 현행 노조법 23조1항 폐지를 권고했다. 따라서 개정안은 ILO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셋째,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 판례는 사업장 시설의 부분적·병존적인 점거로서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직장점거 형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구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한편, 노조 설립신고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개정안에 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ILO는 노사 단체의 설립에 대해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노조설립에 대해 신고주의를 취하면서도 설립신고 반려 제도 등을 통해 사실상 노조 허가주의처럼 운영한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조 설립신고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하지만 이 제도를 계속 유지시킨다면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출생신고나 혼인신고 수준으로 운영해 신고주의 본연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정부안 ‘역대급 개악’은 아냐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 박은정 인제대 교수(법학)

크게 두 번 당황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하는 말이다. 첫 번째 당황스러움의 이유는 개정안의 내용 때문이었다. 두 번째 당황스러움의 이유는 개정안에 대해 “역대급 노동개악”이라는 노동계의 표현 때문이었다.

일단,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직후인 올해 6월30일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이 정부안은 ILO 기본협약 비준을 대비해 국내의 노사관계법령을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정함을 도모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의 현실을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보면서 느낀 당황스러움은, 근로계약이나 근로시간과 같은 용어를 그대로 둠으로써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활동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것이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개정안으로서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몇 가지만 짚어 본다.

첫째, 정부 개정안에서는 노조의 요건으로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제한하는 노조법 2조4호 라목 본문은 유지하면서, 노조법상 근로자의 의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오해하게 하는 단서규정만 삭제했다. 그런데 사실상 어떤 사람이 노조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는 노조법 2조1호(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 조항)에서 결정될 문제다. 노조법 2조4호 본문에서 이미 노조는 “근로자가 주체”가 됨을 명시했기 때문에 노조법 2조4호 라목은 동어반복적일 뿐이지만, 이것이 이유가 돼 노조임이 부정되고, 그에 따라 단체교섭이 거부되는 등의 현실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2조4호 라목 전체가 삭제돼야 한다.

둘째, 정부 개정안에서는 초기업별 노조활동을 고려해 사업장 내 노조활동에 대한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종사근로자가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 및 노조활동의 권리를 일정 정도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를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합리적인 이유”와 같이 매우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소속 사업장이 아닌 사업장에 출입한 것을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 그런 가운데 ILO는 노조 대표가 자신이 고용돼 있지 않은 사업장이지만 당해 노조의 조합원들이 고용돼 있는 사업장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초기업별 노조의 사업장 내 활동권을 보장했어야 한다.

셋째,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정안은 생산 기타 주요 업무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의 직장 점거의 금지를 규정한 노조법 42조1항 개정안이다. 생산 기타 주요 업무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고 함으로써 직장점거 행위가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취지로 오해될 여지가 있다. 물론 법이 규정하고 있는 생산 기타 주요 업무시설에 대해서만 전부 또는 일부의 직장점거가 금지되고, 그 외의 시설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부분적·평화적 점거를 인정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신·구조문을 비교했을 때 위 오해는 단순한 오해가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고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문제제기를 하는 노동계의 입장은 매우 수긍이 된다. 그러나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을 “역대급 노동개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당황스럽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미비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들도 있다. 다만, 이번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필요 최소한에 그쳐 문제이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방어적이어서 문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권 및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한 조치,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 개념 확대·수정,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폐지 내지 수정과 같은 내용들이 왜 담기지 않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진정 노동개악적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당황스러움을 불러일으킨 노동계의 강력한 표현은, 어찌 보면 아쉬움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정부 개정안을 보며 필자가 느낀 당황스러움의 다른 표현이었을 수도 있겠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 외에 더불어민주당의 안호영·이수진 의원안,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안 등이 발의돼 있다. 각각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관심의 대부분이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에 쏠려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여러 의원안이 담고 있으면서 정부의 개정안을 보완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 노조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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