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혜 서울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 1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전시회에서는 이전 집행부가 활동 당시의 이야기를 푸는 시간이 있었다. 첫날에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담당자가 토크콘서트를 했다. 사건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의 과정을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담당자가 만났던 한 전문가는 문제 해결이 안 될 이유를 구체적이고도 많이 말해 줬다고 한다. 유가족을 만나고 사건조사를 하며 몇 개월이 흘러버린 상황은 ‘그때 했어야지,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는 아쉬움이 되었고, 극명한 자원의 차이는 ‘청년유니온이 CJ E&M이라는 대기업을 상대로?’라는 반문이 됐다. 2017년 초의 정치적 격변은 ‘대통령 탄핵 이후 온 세상이 다 거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겠어?’라는 회의가 돼 돌아왔다. 그러나 그 당시 청년유니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으며 유가족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담당자는 말을 이어갔다.

토크콘서트의 사회를 보던 현 집행부는 올해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공감했다. 답 없는 최저임금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 보기 위해, 그리고 일하는 시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노동법에서조차 차별을 두고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의 주휴수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휴수당 폐지 및 이를 반영한 최저임금인상’을 제안했다. 관련 미팅을 했을 때 노동계에서는 ‘괜찮은 방법인데 시기상조 아닌가’라는 반응이 많았다. 완곡하지만 결국엔 방어적인 답변이었다. 조합원 분쟁 대응 과정에서도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복수의 공공기관과 원·하청 문제가 얽힌 만큼 구조가 복잡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가이드라인으로서 권고의 수준을 넘을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사안이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가 되는지부터 난망했다.

최악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tvN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안 될 이유를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려우니까 더욱이 같이해야 한다고 모아 낸 마음에서 비롯됐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 주체들은 청년유니온의 대안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시간을 쪼개면 시급도 쪼개지나요’라고 쓴 리플렛을 들고 거리에서 여름을 함께 보낸 조합원이 있었기 때문이고, 자문과 격려로 알게 모르게 받은 지원사격도 꽤나 든든했다. 진행 중인 조합원 분쟁 대응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직장내 괴롭힘과 고용불안 문제 제기 이후 인사평가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한 사업장에 항의하는 온라인 서명은 금세 100여개가 됐다. 대화의 여지를 닫아 버린 담당부서의 답변을 받아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때는 진지하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를 만났다.

노조 설립부터 안 된다는 말을 들어온 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 ‘노동조합’으로 10주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고통스럽지만 생계를 위해, 살기 위해 현실의 부당함을 외면하게 되는 청년들에게는 작더라도 변화를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이, 함께 현장을 바꿨다는 자부심이 중요하다. 그렇게 공동의 감각이 되는 ‘작은 승리의 경험’은 청년유니온이 부정적인 예측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어떻게든 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난항을 겪더라도 ‘절대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치트키’는 어떻게든 해보자는 의지와 애정, 응원과 연대였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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