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1천200여명이 이달 11일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한국난방공사 자회사 지역난방안전 노동자 200여명도 지난 25일부터 일손을 놓았다. 파업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용역업체 시절보다 고용은 안정됐지만 업무환경을 비롯한 처우개선이 더디다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처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자회사는 기획재정부 예산지침을 이유로, 지정되지 않은 공공기관 자회사는 모회사와 기재부 눈치를 보느라 낙찰률이나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미루고 있다. 공공기관 관리주체인 기재부는 ‘자회사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환 후 업무 늘고, 처우개선 안 돼”

지역난방안전은 열수송관 점검·진단, 감시시스템 유지·보수, 콜센터 업무를 하는 노동자 등 23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업무는 시민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이들은 처우는 물론 노동환경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지역난방안전지부(지부장 방두봉)가 2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노동자 작업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 중 69%는 “자회사 전환 이후 점검 수송관 길이와 숫자가 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78.5%는 “인력변화가 없다”고 했다. 노동자 158명이 설문에 응했다. 도로 밑에 깔려 있는 열수송관을 점검하는 업무는 최소 2인1조로 진행돼야 하지만 단독근무한다는 응답도 17.1%가 나왔다. 지부는 “안전을 위해서 충분한 인력이 충원돼야 하지만 자회사 구조에서는 인력을 자율적으로 충원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처우개선은 더디다. 회사는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이 2.8%임을 들어 최대 3.3%까지만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역난방안전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침과 무관하게 임금교섭이 가능하다.

기타공공기관인 코레일네트웍스는 회사가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김명진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부장은 “코레일네트웍스는 현재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며 “19년 일한 콜센터 노동자와 신입 콜센터 노동자의 임금이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회사에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하기로 한 합의 이행을 요구 중이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기재부 지침을 이유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자회사는 민간회사, 선 긋는 기재부”

박지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부팀장은 “다른 곳들은 문제가 없어 파업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시설통합지회도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회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노동자 1천8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총 인원은 3천여명이다. 대부분 시설관리, 유지·보수 노동자다.

지회는 지난달 26일부터 회사와 7차례 2020년 임금교섭을 했다. 신진희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국장은 “노동자들도 공항 상황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도 임금인상 요구안을 내지 않았다”며 “다만 회사의 재원이 얼마나 남아 있고, 이 중 노동자 임금인상 몫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회사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국장은 “(인천공항시설관리는) 자회사가 2.8% 이상 임금을 인상하면 공사(모회사)가 성과금을 줄 때 기준이 되는 평가에 불리하다고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개선대책과 달리 자회사 독립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자회사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는 경우 종전 관행에 따른 낙찰률을 임의적용하지 않고, 노임단가 산정시 정당한 사유 없이 시중노임단가보다 낮게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효력 없는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박지영 부팀장은 “모회사가 자회사와 계약할 때 낙찰률 적용 문제나 시중노임단가 문제를 풀어 줘야 하는데 모회사는 기재부만 바라보고 있고, 기재부는 우리 소관이 아니라며 관련 지침을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최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나 “자회사는 민간회사로, 기재부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모든 기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운영법에 의거하지 않은 행위는 모두 위법행위로 민간회사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2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가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노동자의 차별해소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개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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