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널리즘토크쇼J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KBS가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개편을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는 14년간 CJB청주방송에서 일하다 해고된 고 이재학 PD 사건과 마찬가지로 방송 비정규직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 같은 ‘쉬운 해고’가 방송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의 불안정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하고 최소인건비 기준 도입해야

KBS의 언론비평 프로그램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3일 프로그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20명 남짓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계약종료를 통보받아 한 달 뒤면 일자리를 잃는다”는 글을 남겼다. 24일 현재 이 글은 삭제됐고, KBS는 글을 삭제하고 이날 오후 “계약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의 해명에도 “부당해고”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22일 방송에서 전태일 열사 50주기 관련 언론 비평을 하는 등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 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방송현장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진재연 센터 사무국장은 “개편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개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계약형태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없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계약을 맺지 못해 해고 문제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진 사무국장은 “방송국 프리랜서는 업무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프리랜서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이 정해진 노동자”라며 “업무위탁 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을 맺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방송 현장에 최소한의 인건비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지부장은 “방송사가 제작비를 책정하는데, 인건비가 너무 싸니까 사람들을 쉽게 해고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며 “표준제작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최소한의 인건비 기준을 마련해 방송 비정규직에게 해고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비정규직 노조할 권리 있나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방송 비정규직들은 ‘노조할 권리’ 역시 보장받기 어렵다. 언론사 정규직들과 방송 비정규직은 일감을 주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갑을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직군과 근무환경에 따라 결성된 방송 비정규직 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언론노조 대구MBC다온분회)들이 있지만 이들도 방송사에 단체교섭권을 포함한 노동 3권을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구MBC다온분회는 지난달 대구MBC와 임금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는데, 사측은 이것을 노사 간 공식 임금협약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언론노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도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문제 등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껴 이달부터 노조 안에 비정규직 전담 조직을 꾸렸다. 미디어 산업이 급변해 다양한 고용형태가 등장하는 데다 반복되는 방송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상시적으로 고민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진재연 사무국장은 “방송사 안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사용자 관계를 맺고 있어 방송사 비정규직들이 힘을 모으기도 쉽지 않고 문제제기도 하기 어렵다”며 “언론노조가 방송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호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기존에 관행처럼 이어져 온 고용관계나 계약의 문제점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이야기할 만한 상황들이 갖춰졌다고 보기 때문에 노조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 문제 등을 개선한 사례를 살펴보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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