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화생명보험노조(위원장 김태갑)는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방침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노조가 임금피크제 개선을 요구하면서부터다. 노조는 23일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늦추자고 요구하자 한화생명이 돌연 법인대리점(GA) 두 곳에 보험상품 영업·판매조직을 이관하는 계획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5년 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5분의 1에 달해 효율적인 인력운용이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노조는 17차례에 걸친 교섭은 모두 소득 없이 마무리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그새 한화생명이 GA법인 두 곳을 설립해 보험설계사 등 영업·판매조직을 이관하는 계획을 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보험상품을 개발만 하고, 판매는 GA가 전담한다. 보험설계사 위촉 부담도 덜 수 있다. 실제 영업조직을 모두 이관하면 조합원이 줄어든 노조의 영향력은 약화하고,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노조는 이런 한화생명의 계획이 노동자 처우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GA로 소속이 바뀌는 노동자의 고용보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김태갑 위원장은 “자회사를 분할하는 방식이라 당장 고용은 승계하지만, 분할 이후 처우나 고용안정에 대한 협의는 없어 고용불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을 준비했다. 사업장을 기준으로 설립한 기업별노조라면 GA로 옮긴 노동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지만, 산별노조라면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번주 내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직형태변경을 안건으로 조합원총회를 열 계획이었다. 김 위원장은 “기업별 노조로는 GA로 이전한 영업조직 노동자를 노조가 품을 수 없기 때문에 산별노조로 전환해 노동자 이익을 계속 대변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용자쪽이 부당하게 조합원과 접촉해 산별노조 전환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 관리자들이 최소 800표만 끌어오면 산별노조 전환을 저지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을 회유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조의 전체 조합원은 2천400여명으로, 3분의 2이상인 1천600여명이 찬성해야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바꿀 수 있다. 노조는 이 같은 사용자쪽 개입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화생명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개별접촉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에서는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며 “다만 GA에 관련해서는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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